WBC 대표팀 김도영이 10일 사이판에서 티 배팅을 하고 있다.
2024년 KBO리그 최고의 선수였던 김도영은 지난해 30경기 밖에 나가지 못했다. 8월7일 시즌 3번째로 햄스트링을 다쳤고, 그 후로 다시 경기에 나가지 못했다.
그러나 누구도 김도영을 의심하지 않았다. 건강만 하다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대표팀 타선 핵심으로 활약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사이판 1차 캠프 명단에도 당연히 이름을 올렸다.
김도영에 대한 류지현 대표팀 감독의 기대가 한층 더 커졌다. 사이판 훈련 첫날인 10일, 류 감독은 김도영의 한 마디를 떠올렸다. 전날 김도영은 인천공항 출국 인터뷰에서 “남들은 내 몸에 대한 믿음이 없겠지만, 내게는 그 믿음이 있다. 몸 상태는 100%다”라고 했다. 그 한 마디가 사령탑의 가슴을 찡하고 울렸다.
류 감독은 “(김)도영이의 그 말에 굉장히 공감했다. 무슨 말인지 안다. 본인이 자신이 있다는 거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이고, 그만큼 준비를 했다는 표현이다”라고 했다.
김도영의 지난 시즌은 빠르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다시 몸을 만들었다. 최근까지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와 사설 훈련장을 오가며 땀 흘렸다. 러닝과 코어 운동, 웨이트 트레이닝을 반복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햄스트링 부상 방지를 위해 더 체계적으로 훈련했다. 유연성을 유지하면서 순간 근력을 키우는데 신경을 많이 썼다. “나는 내 몸 상태를 믿는다”는 말도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없을 수는 없었지만 역시 이겨내고 있다. 김도영은 “멘털을 회복하는 게 조금 어려웠다. 하지만 못했으면 다시 잘해야 하는 게 야구선수의 숙명”이라고 했다.
류 감독은 “김도영의 말 한마디가 굉장히 울림이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자제를 시켜야 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100% 몸 상태로 대표팀 훈련을 시작하는 만큼 의욕이 지나치게 커져 오히려 몸이 상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류 감독은 “지금 세게 치는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정확하게 치면서, 자기 리듬과 밸런스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이판 캠프 끝나고 팀으로 돌아간 다음에 거기 일정에 맞춰서 자연스럽게 페이스를 올리면 된다”고 했다.
김도영은 이날 동료들과 가볍게 몸을 풀고 티 배팅으로 대표팀 훈련을 시작했다. 신발 끈을 단단히 묶고, 새 배팅 장갑을 뜯었다. 실전 감각을 회복하는 데는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하다. 서두를 이유는 없다. 김도영은 “내 루틴을 잊었다. 다시 천천히 생각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하는 사이판 훈련이 그 출발점이다.
김도영은 류 감독의 주문처럼, 받침대 위 공을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쳐냈다. 방망이가 경쾌하게 돌아갔다. 기분 좋은 타구음과 함께 공이 맞은편 그물을 향해 쭉쭉 뻗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