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 있는 스미스소니언 국립미국사박물관에 내걸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 백악관 엑스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스미스소니언 재단 산하 국립박물관을 향해 예산 삭감 압박을 넣고 있는 가운데 스미스소니언 국립초상화미술관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전시 기록을 없앴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현지시간) 미술관 측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을 다른 것으로 바꾸면서 옆에 적혀있던 탄핵소추 기록을 지웠다고 보도했다.
당초 이 미술관에는 WP 사진작가 맷 매클레인이 촬영한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 옆에 ‘권력 남용과 2021년 1월6일 지지자들이 미 국회의사당을 공격한 반란 선동 등 혐의로 두 차례 탄핵 소추됐지만 상원에서 무죄로 판단했다’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미 하원은 2019년과 2021년 각각 권력 남용과 1·6 폭동 선동 등을 이유로 1기 임기였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지만 상원에서 부결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전날부터 SNS에 연달아 공개한 새로운 미술관 사진 옆에는 기존 설명 없이 그의 재임 기간과 사진작가 이름만 간단하게 적혀 있다. 이는 조 바이든,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등 전 대통령에 대한 설명문보다 훨씬 짧다고 WP는 설명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 설명문에는 그에 대한 탄핵소추 기록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 달 전에 해당 문구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으며, 당시 국립초상화미술관 관장을 해임하려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킴 사제트 당시 관장이 “매우 편파적이며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그를 해임하겠다고 했다. 독립 기관인 국립초상화미술관 관장을 실제 해임하진 못했지만 압박 끝에 사제트 전 관장은 스스로 물러났다.
국립초상화미술관의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 및 설명 교체는 백악관이 스미스소니언재단 산하 박물관을 향해 예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한 지 다섯 달 만에 이뤄졌다. 백악관은 지난해 8월 재단 측에 “전시에 부적절한 이념을 담고 있는지를 검토하는 행정부의 조사에 협조하라”는 서한을 보냈다.
스미스소니언 국립미국사박물관은 지난해 7월 상설 전시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설명을 지우기도 했다. 이후 파문이 일자 재단 측은 해당 내용을 다시 전시에 적겠다고 밝혔다.
WP는 “트럼프 세력은 최근 공공 영역에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설명을 새기려는 크고 작은 노력을 해왔다”며 이들이 케네디센터와 미국평화연구소 명칭에 ‘트럼프’를 붙이고, 백악관에는 그를 칭송하고 바이든과 오바마 전 대통령 같은 정치적 경쟁자를 깎아내리는 명판을 설치했다고 지적했다.
콘체타 덩컨 국립초상화미술관 대변인은 “미술관이 일부 새로운 전시물에 대해 짧은 묘비형 설명문을 쓰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물관 측과 백악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탄핵소추 설명문 삭제를 요청했는지를 묻는 질의에는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