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오른쪽)와 요시무라 히로후미 일본유신회 대표가 지난해 10월 20일 일본 도쿄 국회의사당에서 연정 수립에 합의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오는 23일 소집될 예정인 정기국회 초기에 중의원(하원)을 해산하기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자민당 관계자가 이같이 밝혔으며, “다카이치 총리는 스스로가 내걸고 있는 ‘강한 경제’, ‘책임 있는 적극 재정’ 실현을 위해 정권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11일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할 경우 총선 일정은 ‘1월 27일 선거 공시 후 2월 8일 투표’, 또는 ‘2월 3일 선거 공시 후 2월 15일 투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일본 국회에서 참의원은 6년 임기가 보장되지만, 4년 임기인 중의원은 총리가 언제든 해산할 수 있다. 총리가 해산 권한을 언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여당 의석 수를 늘리면서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 때처럼 해산 후 실시되는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정권 자체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교도통신은 “지난해 10월의 내각 출범 이후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다카이치 총리의 판단을 뒷받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민당 일각에서도 조기 해산을 요구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다카이치 내각의 지지율은 각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70% 안팎으로 유지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서는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이 출범 직후 71%에서 지난달 73%로 소폭 상승한 바 있다. 아사히신문은 “해산론이 부상한 배경에는 높은 내각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사이에 해산을 단행해 자민당 의석을 큰폭으로 늘리는 목적이 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집권 자민당과 일본유신회가 구성하고 있는 연정은 “중의원에서 1명이라도 빠지면 의원 정수 465명의 과반수인 233명을 밑돌게 된다”면서 참의원에서도 소수 여당이어서 정권 운영의 불안정함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자민·유신회 연정의 중의원 의석 수는 과반을 겨우 넘어선 233석이다.
13∼15일 이재명 대통령의 일본 방문과 15∼17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방일에 따른 다카이치 총리의 외교무대 활약도 조기 선거에 호재가 될 수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요미우리는 “다카이치 총리가 조기에 국민의 신임을 묻는 승부수를 던져 정권 기반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중일 갈등의 장기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선거 승리로 구심력을 높여 중국에 대응할 필요성도 느끼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높은 내각 지지율과 달리 자민당 지지율이 30% 정도로 낮은 점은 불안 요소로 꼽힌다. 이는 이시바 전 총리 때 자민당이 참패한 총선 전 지지율만도 못한 수치다. 이시바 전 총리는 2024년 10월 총리 선출 이후 중의원을 해산했으나 선거에서 참패했고, 자민·공명당 연정은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자민당은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도 과반 유지에 실패한 바 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중의원 해산이 실현되면 1당을 노릴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다카이치 총리의 중의원 해산 검토 소식이 전해지자 10일 기자단에 “제1당을 목표로, 중도정권을 만드는 목표”로 총선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다카이치 총리의 중의원 해산 검토에 대해 다카이치 내각 내에서는 예산안이 통과된 뒤 해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이달 해산할 경우 임금 인상이나 고교 무상화 등이 포함된 당초 예산안의 통과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도통신은 다음달 총선이 실시될 경우 “2026년도 예산 성립이 4월 이후로 늦어지는 것은 필연적”이라면서 “정치 공백도 일정 기간 생기기 때문에 고물가 대책을 우선 과제로 삼아 온 다카이치 내각의 종래 방침과의 정합성이 추궁당할 것이라는 염려가 복수의 자민당 간부로부터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NHK는 다카이치 총리가 예산안 심의에 미치는 영향과 여론 동향 등을 살펴본 뒤 (중의원 해산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