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 11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동쪽 후나바시에 있는 육상자위대 나라시노훈현장에서 강하훈련에 참여해 훈련용 탑에서 뛰어내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태평양 방위 강화를 올해 개정할 3대 안보 문서의 핵심 내용으로 명기할 방침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최근 태평양에서 활발한 군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대처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에서다.
요미우리신문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가 이같이 말했다면서 자위대가 태평양에서 광범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항만, 활주로, 경계·감시용 레이더망을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는 내용 등을 안보 문서에 담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요미우리는 미군이 일본이나 대만 주변에 전개할 때의 요충지인 태평양에서 중국에 대한 일본과 미국의 대처력을 높이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국가방위전략·방위력정비계획)는 국방 정책 방향에 대한 핵심 지침을 담은 문서다. 태평양 방위 강화에 관한 내용은 장비·예산·인력 등 구체적 방위력 구축 계획을 담은 ‘방위력 정비계획’에 명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0일 미 공군 B-52 전략폭격기(아래쪽)와 일본 항공자위대 F-15 전투기 2대가 동해 상공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 방위성은 3대 문서 개정에 앞서 오는 4월 ‘태평양 방위구상실(가칭)’을 신설해 태평양 방위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 검토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일본 남단 이즈제도와 미군 거점이 있는 괌의 중간에 있는 섬인 이오지마(이오토) 항만 정비 조사에도 착수할 방침이다. 이오지마는 중국이 군사전략상 방위라인으로 삼고있는 ‘제2도련선’에 있는 섬으로 군사 요충지로 꼽히는 곳이다. 도련선(열도선)은 중국이 정한 해상 안보 라인으로, 제2도련선은 일본 오가사와라 제도, 괌, 사이판, 인도네시아에 걸쳐져 있다. 현재 지형상 대형 선박 정박이 불가능한 이곳의 부두를 정비하면 자위대의 수송 능력 향상이 가능하다. 일본은 대형 선박이 접안할 수 있도록 다리 모양 구조물인 잔교를 정비할 계획이다. 지각 변동으로 융기한 이오토의 활주로를 보수해 전투기가 안정적으로 이착륙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또 일본은 오키나와에서 동쪽으로 약 360㎞ 떨어진 기타다이토지마에는 항공자위대의 이동식 경계관제 레이더를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달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오키나와현 섬들 사이를 누볐을 때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며 포위하듯 항해했던 곳이 기타다이토지마 주변이다.
일본 열도 최동단의 섬이자 주변 해역에 희토류가 매장된 미나미토리시마에서는 장거리 미사일 사격장을 정비하고, 섬 내 활주로 확장도 추진한다. 항공모함화를 추진 중인 해상자위대 호위함에서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를 운용하는 것도 방공 능력 향상의 관건으로 삼고 있다.
일본 방위성이 촬영한 중국의 J-15 전투기 모습. EPA연합뉴스
요미우리는 기존에 “일본은 북한 미사일을 염두에 두고 동해 쪽을 중심으로 레이더망을 배치해 왔다”면서 “‘경계 감시의 공백 지대’라고 불리는 태평양 쪽에서는 중국의 진출이 현저해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중국군은 지난해 6월 대만 동쪽 서태평양 해역에서 항공모함 2척을 처음으로 동시에 전개한 바 있다. 또 지난달에는 오키나와 남동쪽 공해 상공에서 중국군 함재기의 자위대 전투기 레이더 조사 사건이 발생했으며, 이어 중국과 러시아 양국의 폭격기가 오키나와에서 시코쿠 방향으로 공동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2021년 4월 4일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이 일본 오키나와 인근 미야코 해협을 통과해 태평양으로 향하고 있다. 이 사진은 일본 방위성이 공개한 것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요미우리는 “중국이 대만 유사시 태평양 방면에서 오는 미군의 접근을 막기 위해 태평양에 전력을 투입할 태세를 마련하고 있다”면서 “태평양에서 자위대에 의한 ‘감시의 눈’을 확충하는 것은 일미 동맹의 억제력 향상으로 연결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