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올해 문 닫는 학교만 60곳···임대아파트 근처여서? ‘폐교’ 약한 고리부터 시작됐다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충남 부여군 구룡면에 사는 윤옥희씨는 지난 9일 자신이 51년 전 졸업한 용당초등학교를 찾았다.

임 교장은 "이미 주민들이 폐교를 받아들이고 마음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는데, 갑자기 유예할 수 있다고 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며 "교육 당국이 눈앞의 숫자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소규모 학교 정책을 펴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부산·충남·전남 등 4개 교육청은 내년 3월 폐교 예정 학교와 관련해 "아직 학부모와 지역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라 "내년도 폐교 예정 학교가 확정되지 않았고 추가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올해 문 닫는 학교만 60곳···임대아파트 근처여서? ‘폐교’ 약한 고리부터 시작됐다

입력 2026.01.11 18:00

수정 2026.01.12 09:59

펼치기/접기
지난 5일 대구 달서구 월곡초에서 제33회 졸업식 및 폐교식이 진행되고 있다. 김송이 기자

지난 5일 대구 달서구 월곡초에서 제33회 졸업식 및 폐교식이 진행되고 있다. 김송이 기자

충남 부여군 구룡면에 사는 윤옥희씨(65)는 지난 9일 자신이 51년 전 졸업한 용당초등학교를 찾았다. 용당초 5학년생인 윤씨의 큰손녀를 보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이날 용당초에서는 6학년 학생 1명이 ‘최후의 졸업생’으로 학교를 졸업했다. 졸업식과 함께 열린 폐교식에는 경기 남양주와 서울, 전북 익산 등 전국 각지에서 동문들이 찾아왔다.

용당초 재학생 10명 가운데 7명은 이달 말 11㎞ 떨어진 규암초로 전학을 간다. 규암초는 전교생이 436명으로, 부여군에 있는 초·중·고 가운데 두 번째로 큰 학교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두 번 다시 통폐합을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11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3월 전국에서 60개 학교가 문을 닫는다. 지역별로는 경북 18곳, 전북·경남 각 8곳, 전남 5곳, 충남 6곳, 경기·대구 각 4곳, 부산 3곳, 강원·충북 각 2곳이다. 2016년부터 2025년까지 폐교된 학교 412곳을 더하면, 11년간 전국에서 472개 학교가 사라진 셈이다.

지역 인구 감소로 폐교가 늘어나는 현상은 흔히 불가피한 흐름으로 여겨진다. 교육부 역시 ‘적정규모학교’를 내세워 학교 통폐합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인구소멸 지역이라도 학생 수 감소가 유독 빠른 학교에는 그 나름의 배경이 있다. 지역 사회에서 ‘약한 고리’로 인식된 학교일수록 통폐합의 대상이 되기 쉽다.

지난 5일 대구 달서구 월곡초에서도 제33회 졸업식 겸 폐교식이 열렸다. 이날 6학년 학생 23명이 졸업했지만, 지난해 1학년 입학생은 3명에 불과했다. 월곡초는 도보 15분 거리의 월촌초와 통폐합된다. 인근 월촌초와 상인초는 모두 학생 수 4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9일 제58회 졸업식 및 폐교식을 진행한 충남 부여 용당초 5학년 교실. 김송이 기자

9일 제58회 졸업식 및 폐교식을 진행한 충남 부여 용당초 5학년 교실. 김송이 기자

주민들은 월곡초만 학생 수가 급감한 이유로 조심스레 “영세민 아파트가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1994년 지어진 인근 영구임대주택 주민들이 월곡초에 배정되면서, 학교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 학교에서 9년간 학교 보안관으로 일한 A씨는 “아이들이 줄어드는 것도 맞지만 임대아파트 문제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우리 며느리도 그런 이유 때문에 이 학교에 손주를 보내지 않겠다고 해 놀랐다. 학부모 마음이 그런가 보다”라고 말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월곡초 폐교를 두고 낙후된 지역 탓이라는 자책과 상심이 교차한다. 월곡초 앞에서 18년간 문방구를 운영해온 B씨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영세민 아파트의 12평, 18평 소형 평수를 보면 장애인이랑 새터민,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산다”며 “분위기도 그렇고, (학교 다닐) 아이도 없는데 문을 닫아야지 어떡하나. 당장은 아니어도 앞에 있는 중학교, 고등학교도 모두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청소년들은 폐교 여파가 지역 전체로 번질 것을 걱정했다. 월곡초 폐교식에 참석한 인근 중학교 3학년 이준수군(16)은 “이 학교에서 우리 학교로 많이 입학했는데, 폐교하고 나면 학생 수가 줄어 결국 우리 학교도 결국 없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9일 제58회 졸업식 및 폐교식을 진행한 충남 부여 용당초. 김송이 기자 사진 크게보기

9일 제58회 졸업식 및 폐교식을 진행한 충남 부여 용당초. 김송이 기자

인구소멸로 폐교가 예견된 곳이라 해도 실제 폐교 과정은 종종 갑작스럽게 진행된다. 한 학기 전에서야 폐교가 확정되는 경우도 있다. 용당초 구성원들 역시 지난해 초부터 ‘통폐합 예정 학교’로 분류돼 각종 주민 설명회와 폐교 안내를 준비해왔다. 지난해 용당초에 부임한 임순옥 교장은 “100% 통폐합될 학교라고 생각하고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름방학을 맞은 지난해 7월 말, 교육청으로부터 ‘통폐합 유예 신청을 할 수도 있다’는 공지를 받았다. 용당초를 포함해 충남의 4개 학교는 폐교 예정 한 학기를 앞두고 큰 혼란을 겪었고, 용당초는 최종 폐교됐다. 임 교장은 “이미 주민들이 폐교를 받아들이고 마음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는데, 갑자기 유예할 수 있다고 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며 “교육 당국이 눈앞의 숫자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소규모 학교 정책을 펴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부산·충남·전남 등 4개 교육청은 내년 3월 폐교 예정 학교와 관련해 “아직 학부모와 지역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라 “내년도 폐교 예정 학교가 확정되지 않았고 추가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진 의원실이 17개 시도교육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7년 3월 폐교가 예정된 학교는 최소 10곳이다. 이 숫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 5일 폐교식을 진행한 대구 달서구 월곡초의 과학실에 지구본이 모아져있다. 김송이 기자 사진 크게보기

지난 5일 폐교식을 진행한 대구 달서구 월곡초의 과학실에 지구본이 모아져있다. 김송이 기자

폐교 이후 관리 문제도 남는다. 폐교식을 마친 학교 교직원들은 다음 달 말까지 학교에서 이사 준비를 마쳐야 한다. 학교 자산 중 지역 내 다른 학교가 필요로 하는 물품은 넘겨줘야 한다. 월곡초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폐교 준비 작업을 했다. 졸업식 날에도 과학실과 정보실에는 지구본과 각종 전자기기에 인수해 갈 학교의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지난 8일 100회 졸업식을 끝으로 폐교하는 부여 충화초 부지는 지역 주민 자치 공간이나 요양병원·애견센터 등으로 임대되는 방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역 주민 반대나 매각 어려움 등으로 5년 이상 방치된 폐교 부지도 적지 않다. 진 의원실 자료를 보면, 2016~2025년 폐교한 412곳 가운데 최근 5년 이상 부지가 미활용 상태로 남아 있는 곳은 156곳에 달했다.

  • AD
  • AD
  • AD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