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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미혼

입력 2026.01.11 19:17

수정 2026.01.1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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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지난 9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결혼한 아들을 부양가족 수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고가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는 의혹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서울 서초구 해당 아파트 앞에서 하고 있다.  개혁신당 제공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지난 9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결혼한 아들을 부양가족 수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고가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는 의혹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서울 서초구 해당 아파트 앞에서 하고 있다. 개혁신당 제공

한때 청약통장은 무주택자들의 꿈이었다. 청약통장을 만들어 아파트를 분양받고, 이를 기반으로 넓은 평수로 옮겨가는 것이 국민들의 일반적인 자산증식 방법이었다. 아파트 청약은 온 국민의 관심사였다. 1977년 도입된 주택 청약제도는 시행 초기엔 인구 증가 억제 차원에서 ‘영구불임 시술자’에게 우선적으로 분양권을 줬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불임수술자 우선 적용은 1997년에야 사라졌다. 2006년 8월에는 반대로 다자녀 우대정책이 등장했다. 청약제도는 우대 조항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누더기가 됐다.

청약제도는 2007년 가점제가 도입되면서 달라졌다. 부양가족 수(35점), 무주택기간(3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 당첨자를 가리게 된 것이다. 이 중 부양가족 수가 가장 어려운 조건이다. 부양가족 수가 변수가 되자 편법도 비일비재해졌다. 대표적인 것이 ‘가족 수 뻥튀기’다. ‘로또 청약’으로 불렸던 서울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아파트 청약에서도 만점을 받은 청약통장 4건 중 1건이 위장전입이었음이 지난해 국토교통부 점검에서 적발됐다.

2년 전 이 아파트에 당첨된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부부도 부정 청약 의심을 받고 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세종에 사는 장남을 부양가족으로 올려 가점을 높였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 아들은 청약 마감 이틀 만에 용산 전셋집으로 주소지를 옮겼다. ‘위장 미혼’이란 편법을 동원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이 후보자는 “장남은 주중에는 세종에서 거주했고, 주말에는 서울 서초에 있는 부모집에서 지냈다. 용산의 신혼집에는 며느리가 살았다”고 했지만 민심은 싸늘하다. 결혼한 아들이 주말마다 상경해 신혼집이 아닌 부모집에 머물렀다는 뻔한 거짓말을 믿으라는 건가.

이 후보자가 약 37억원에 분양받은 이 아파트의 현 시세는 90억원에 육박한다. 불법 청약으로 적발돼도 벌금은 수백만원에 불과하다. 처벌이 약하니 겁내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거짓말에는 대가가 따라야 한다. 1인 가구 ‘천만 시대’, 드라마에서나 찾아볼 법한 대가족에게 가점을 주는 현행 제도는 손볼 때가 됐다. 이래저래 고위 공직자 자질이 없는 후보가 국민 속을 뒤집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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