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스무 돌 민자기숙사가 갈 길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스무 돌 민자기숙사가 갈 길

입력 2026.01.11 20:05

수정 2026.01.11 20:06

펼치기/접기

2006년, 대한민국 최초의 ‘민자기숙사’인 건국대학교 ‘쿨하우스’의 입주가 시작되었다. 이후 2010년 전후로 사업이 집중 추진되며 2014년까지 총 17개 민자기숙사가 개관했다. 민자기숙사는 사회간접자본 부문에 민간투자를 유치하던 정부 기조 속에서 추진된 사업으로, 대학 부지를 활용해 민간자본이 시행, 건설, 투자금 회수까지 담당하는 구조였다. 문제는 일정 기간 안에 민간의 모든 투자금 및 이윤을 안전하게 회수하도록 구조를 설계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기숙사비는 기존 직영기숙사의 두 배 이상, 심지어 민간 토지에 지어진 원룸 임대료를 웃도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비용 구조는 공공주택 임대료 체계처럼 ‘적정 기숙사비’ 수준을 제한하지 않고, 오직 ‘수익자 부담 원칙’만을 앞세운 결과였다. 달리 말하면, 공익적 목적을 지닌 대학이 학생들의 주거권보다 민간 기업의 수익 구조를 우선한 셈이다. 이 흐름은 급속한 기업화가 이뤄지던 대학의 성격 변화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과도한 등록금 인상, 대기업의 대학 의사결정 구조 개입, 무리한 수익형 부동산 개발과 캠퍼스 확장이 이어지던 시기였으며, 대학은 공적 위상과 사회적 자원을 활용해 국가의 법·제도 변경도 서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대학과 사학재단은 이익을 확보했지만, 개발 리스크와 개발 후 운영 비용의 상당 부분은 학생들에게 전가되었다. 민자기숙사는 청년들의 가장 취약한 영역인 ‘주거’까지 대학의 기업화가 침투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물론 기숙사를 지을 자본이 없는 대학도 있다. 한국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낮고, 대학가 전월세 시장은 청년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부담스럽기에, 어떠한 방식이든 기숙사 신축 자체는 긍정적으로 볼 측면이 있다. 그러나 기숙사 공급의 목적이 학생 주거 문제 해결에 있었다면, 기숙사비 상한을 정하기 위해 자본 회수 구조를 조정하거나 대학이 매년 일정 수준의 지원금을 부담하는 방식도 가능했다. 모든 비용을 ‘수익자’라는 명목으로 학생들에게만 전가했다. 반면 불황기에 공사를 수주한 건설사, 장기간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확보한 금융기관, 사실상 무상으로 건물을 확보한 대학은 모두 이득을 보았다. 정부 역시 이러한 구조를 인지한 상태에서 기업의 이해관계만을 제도에 반영하고 추진했다.

시장에서는 상식적인 사업일 수 있지만, 공적 기관인 대학의 사업이 이렇게 설계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반문이 필요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당시 학생들의 강한 저항에 의해 민자기숙사 모델은 10년을 넘기지 못하고 퇴조 국면을 맞이했다는 것이다. 계속되는 비판 속에 정부가 기숙사 공급에 주택도시기금 투입을 결정하자, 대학이 민간 자본과 결탁할 명분이 사라지며 사업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제도를 다시 꺼내는 이유는 분명하다. 민자기숙사의 민간 투자 회수 기간이 대체로 20년 안팎이기 때문이다. 2006년 이후 약 20년이 흐른 지금, 투자 회수 기간이 종료되는 기숙사들이 하나둘 등장할 것이다. 민간 자본이 빠져나간 이후, 대학이 실제로 기숙사비를 인하하는지 세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향후에도 학생들에게 위험 부담을 전가하고 대학과 기업만 이익을 얻는 사업 모델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업 종료 이후의 성과를 엄밀하게 평가하고 적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의 실패를 정리하지 못한 채, 유사한 구조가 이름만 바꾼 채 재등장하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