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대한민국 최초의 ‘민자기숙사’인 건국대학교 ‘쿨하우스’의 입주가 시작되었다. 이후 2010년 전후로 사업이 집중 추진되며 2014년까지 총 17개 민자기숙사가 개관했다. 민자기숙사는 사회간접자본 부문에 민간투자를 유치하던 정부 기조 속에서 추진된 사업으로, 대학 부지를 활용해 민간자본이 시행, 건설, 투자금 회수까지 담당하는 구조였다. 문제는 일정 기간 안에 민간의 모든 투자금 및 이윤을 안전하게 회수하도록 구조를 설계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기숙사비는 기존 직영기숙사의 두 배 이상, 심지어 민간 토지에 지어진 원룸 임대료를 웃도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비용 구조는 공공주택 임대료 체계처럼 ‘적정 기숙사비’ 수준을 제한하지 않고, 오직 ‘수익자 부담 원칙’만을 앞세운 결과였다. 달리 말하면, 공익적 목적을 지닌 대학이 학생들의 주거권보다 민간 기업의 수익 구조를 우선한 셈이다. 이 흐름은 급속한 기업화가 이뤄지던 대학의 성격 변화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과도한 등록금 인상, 대기업의 대학 의사결정 구조 개입, 무리한 수익형 부동산 개발과 캠퍼스 확장이 이어지던 시기였으며, 대학은 공적 위상과 사회적 자원을 활용해 국가의 법·제도 변경도 서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대학과 사학재단은 이익을 확보했지만, 개발 리스크와 개발 후 운영 비용의 상당 부분은 학생들에게 전가되었다. 민자기숙사는 청년들의 가장 취약한 영역인 ‘주거’까지 대학의 기업화가 침투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물론 기숙사를 지을 자본이 없는 대학도 있다. 한국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낮고, 대학가 전월세 시장은 청년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부담스럽기에, 어떠한 방식이든 기숙사 신축 자체는 긍정적으로 볼 측면이 있다. 그러나 기숙사 공급의 목적이 학생 주거 문제 해결에 있었다면, 기숙사비 상한을 정하기 위해 자본 회수 구조를 조정하거나 대학이 매년 일정 수준의 지원금을 부담하는 방식도 가능했다. 모든 비용을 ‘수익자’라는 명목으로 학생들에게만 전가했다. 반면 불황기에 공사를 수주한 건설사, 장기간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확보한 금융기관, 사실상 무상으로 건물을 확보한 대학은 모두 이득을 보았다. 정부 역시 이러한 구조를 인지한 상태에서 기업의 이해관계만을 제도에 반영하고 추진했다.
시장에서는 상식적인 사업일 수 있지만, 공적 기관인 대학의 사업이 이렇게 설계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반문이 필요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당시 학생들의 강한 저항에 의해 민자기숙사 모델은 10년을 넘기지 못하고 퇴조 국면을 맞이했다는 것이다. 계속되는 비판 속에 정부가 기숙사 공급에 주택도시기금 투입을 결정하자, 대학이 민간 자본과 결탁할 명분이 사라지며 사업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제도를 다시 꺼내는 이유는 분명하다. 민자기숙사의 민간 투자 회수 기간이 대체로 20년 안팎이기 때문이다. 2006년 이후 약 20년이 흐른 지금, 투자 회수 기간이 종료되는 기숙사들이 하나둘 등장할 것이다. 민간 자본이 빠져나간 이후, 대학이 실제로 기숙사비를 인하하는지 세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향후에도 학생들에게 위험 부담을 전가하고 대학과 기업만 이익을 얻는 사업 모델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업 종료 이후의 성과를 엄밀하게 평가하고 적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의 실패를 정리하지 못한 채, 유사한 구조가 이름만 바꾼 채 재등장하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