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공세적 압박 왜?
김여정 “한국은 불량배” 시민들이 1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무인기 영공 침범 주장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신성불가침 주권에 대한 도발”
적대 행위 강조, 재발 방지 요구
“다행히도…도발 의도는 아냐”
군사적 긴장 고조는 피할 듯
한국 정부 평화 정책 ‘못마땅’
국제사회의 연대 가능성 견제
북한이 이달 초와 지난해에 한국의 무인기가 영공을 침범했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표면적으로 한국 정부에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국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이 국제사회에서 주목받는 걸 견제하려는 속내가 깔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다행히도 한국 군부가 자기들의 행위가 아니며 우리에게 도발하거나 자극할 의도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기는 했다”면서도 무인기 실체와 관련한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김 부부장은 윤석열 정부의 평양 무인기 침입 사건을 거론하며 “윤가가 저질렀든 리가(이재명 대통령)가 저질렀든” 무인기 침투는 “신성불가침 주권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라고 했다. 북한은 상대적으로 방공망이 취약하고, 무인기를 통해 전단 살포가 가능하기 때문에 무인기 자체를 체제 위협으로 여길 수 있다. 한국 정부에 재발 방지를 압박하는 등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부장은 한국 국방부의 전날 입장 발표 내용을 두고 “다행히도” “그나마 연명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고 했다. 국방부가 무인기 작전을 부인하고 진상 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힌 만큼, 군사적 긴장을 고조하지 않고 관리하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이번 무인기 사건을 한국을 향한 정치·외교적 공세의 소재로 활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부부장은 민간단체의 무인기라고 해도 한국 당국은 중대 주권 침해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여러 차례 거론했다.
이는 정부의 유화적 대북정책이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을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정부는 북한을 대화로 견인해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이루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비핵화 3단계 해법(중단·축소·폐기)과 E.N.D(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 이니셔티브도 제시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정부의 평화·공존 시도를 기만으로 몰아세우면서 압박하려는 의도”라며 “핵보유를 바탕으로 체제를 보존하겠다는 북한의 국가전략에 남북관계는 걸림돌이 된다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은 한국의 도발을 부각해 긴장 조성의 책임을 한국에 돌리면서, 남북 ‘적대적 두 국가론’의 정당성을 강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올해 초 제9차 당대회와 최고인민회의(국회 격)에서 각각 당 규약과 헌법에 남북 적대적 두 국가론을 반영하기 위해 내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부부장의 이날 담화와 총참모부 대변인의 전날 성명, 무인기 촬영 사진 등은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도 게재됐기 때문이다.
김 부부장은 특히 한국을 향해 “불량배” “쓰레기 집단”이라고 했다. 김 부부장이 이재명 정부를 향한 메시지를 내놓은 건 이번이 세 번째인데, 이처럼 저속한 표현을 사용한 건 처음이다. 김 부부장은 무인기가 촬영한 자료에 “우라늄 광산”과 “국경 초소” 등이 있다고 언급했다.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우라늄과 접경 지역 방어 관련 시설을 정찰했다는 점을 주장해 한국의 적대 행위를 강조하려는 취지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