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12·3 불법계엄 8인’ 결심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서 열린 내란 혐의 사건 결심공판에 참석해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김용현 측, 서증조사 8시간 ‘질질’
윤석열 측도 ‘지연 전략’ 거들어
1월 초 마무리 강조해왔던 지귀연
이례적 결심공판 추가 지정 자초
지난 9일 끝날 예정이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내란 사건 형사재판이 결국 마무리되지 못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 변호인단이 장시간 변론을 하면서다.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가 줄곧 ‘1월 초 재판 마무리’를 강조했으나 변호인단의 재판 지연 전략을 제지하지 않으면서 이례적인 ‘결심공판 추가 지정’ 상황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판부는 지난 9일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해 12·3 불법계엄 관련자 8명의 결심 공판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최종의견 진술과 구형, 피고인 측 최후진술만 남긴 상황에서 서증(서류증거) 조사만 12시간 넘게 진행되자 결국 재판부가 오는 13일 결심 공판을 한 번 더 하기로 했다. 재판은 14시간50분 만인 10일 0시11분 끝났다.
재판이 지연된 것은 김 전 장관 측이 서증 조사에 8시간 가까이 시간을 끌었기 때문이다. 서증 조사는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유무죄를 판단하기 위해 증거로 제출된 문서를 확인하는 절차다. 김 전 장관 변호인들은 공소사실이나 증거와 크게 관련 없는 내용을 얘기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계엄 선포 직후 국회 앞 시민들의 사진을 내보이며 “계엄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얻고 결집한 것”이라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김 전 장관 측이 증거조사에 시간을 쓰자 특검이 “문서 읽는 속도를 좀 빨리해달라”고 재촉했는데, 이에 변호인은 “혀가 짧아서 빨리 말하면 혀가 꼬인다”며 비꼬기도 했다.
시간이 지체되자 조지호 전 경철청장과 윤승영 전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김용군 전 대령 측은 각각 서증 조사에 1시간도 쓰지 못했다.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서증 조사를 별도로 하지 않았다.
이날 윤 전 대통령 측 증거조사는 시작도 하지 못했다. 윤 전 대통령 측 위현석 변호사는 특검이 김용현 전 장관 관련 서증조사를 할 때 김 전 장관 측이 질의를 하며 7시간 반이 걸린 것을 언급하면서 “모든 피고인들이 다 7시간 반씩 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에서 조는가 하면 윤갑근 변호사 등과 귓속말을 나누거나 웃기도 했다. 다소 굳은 표정으로 꼿꼿하게 앉아 있던 다른 피고인들과 대비됐다.
1년 가까이 이어진 재판에서 지귀연 재판장은 “최대한 양측 의견을 다 듣겠다”며 재판에 거의 개입하지 않고, 마지막까지도 “오늘은 시간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이 12시간 넘게 계속되자 윤 전 대통령 측이 “가장 중요한 변론을 피고인이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반발해 결국 재판 기일을 다시 잡게 됐다.
재판부가 “다음 기일(13일)에는 무조건 끝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9일과 마찬가지로 ‘마라톤 재판’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서증조사에 최소 7~8시간을 쓰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