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노조 간 이해관계 다르면 따로 교섭’ 요구 받아들여 일부 수정
원·하청노조 한정해 분리 교섭…판단 기준 ‘노조 간 이해관계’로 좁혀
고용노동부가 이번 주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재입법예고한다. 노동계가 문제 삼아온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유지하면서, 하청노조의 개별 교섭권과 관련된 교섭단위 분리 기준만 구체화하기로 했다.
11일 취재를 종합하면, 노동부는 지난달 30일과 이달 7일 양대노총을 찾아 노조법 시행령 수정안을 설명했다. 노동계는 이 자리에서 ‘원청 단위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을 삭제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노동부는 상위법에 규정된 제도인 만큼 시행령에서 손댈 수 없다고 했다.
정부 수정안의 핵심은 교섭단위 분리 기준을 명시한 시행령 14조의 11 3항이다. 수정안은 원청과의 교섭에서 하청노조 간 교섭단위를 분리할 경우, 노조 간 이해관계의 공통성이나 유사성, 다른 노조에 의한 이익 대표의 적절성, 교섭단위 유지로 인한 갈등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했다. 즉 하청노조들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거나, 다른 노조가 이를 제대로 대표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는 따로 교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입법예고된 초안은 현격한 근로조건 차이와 고용 형태, 기존 교섭 관행, 근로자 간 이해관계의 공통성, 다른 노조에 의한 이익 대표의 적절성, 노조 간 갈등 발생 가능성 등을 교섭단위 분리 기준으로 제시했다. 노동부는 당시 노조법 시행규칙보다 기준을 넓힌 것이라며 “하청노조의 교섭권을 더욱 보장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초안대로 될 경우, 원청이나 하청 사용자가 이른바 ‘어용노조’를 만들어 기존 하청노조의 교섭권을 빼앗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초안은 ‘근로자 간 이해관계’가 같으면 교섭단위를 통합하도록 했는데, 이 경우 조합원 수가 많은 어용노조가 교섭 대표노조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청노조의 상급단체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으로 서로 다른 경우에도 교섭단위 분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당시 경영계도 기준 적용 대상이 불분명하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현재는 원청에 복수노조가 있을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따라 하나의 노조만 교섭에 나서는데, 시행령을 근거로 소수노조가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노동부는 원청과 하청노조 간 교섭에 한해서만 교섭단위 분리 기준이 적용되도록 시행령을 구체화하고, 판단 기준도 ‘근로자 간 이해관계’가 아닌 ‘노조 간 이해관계’로 좁혔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노조 간 이해관계 공통성’을 기준으로 삼으면 상급단체별로 교섭단위가 분리되니, 최소한 사용자 입장에서 어용노조를 만들 필요성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노동계는 수정안 역시 개정 노조법 취지와 충돌한다고 본다. 금속노조는 “재입법예고안은 교섭창구 단일화의 강제 적용은 유지한 채 교섭단위 분리 기준만 완화하는 데 그쳤다”며 “하청노동자의 실질적 교섭권을 보장하려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폐기돼야 한다”고 했다.
개정 시행령은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는 오는 3월10일부터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