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측에 강하게 항의…의사소통 계속하는 중” 대화 재차 강조
혼다·닛산 등 완성차 업체들, 중국 의존도 낮추고 공급처 다변화
일 정부, 3대 안보 문서 개정안에 ‘태평양 방위 강화’ 명기 방침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가 11일 NHK 인터뷰에서 중국의 이중용도(민간·군사용) 물자 대일 수출 통제에 대해 “우리만을 겨냥한 듯한 이번 조치는 국제적 관행과 크게 다른 것으로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 기업들은 중국산 소재·부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8일 녹화한 이 인터뷰에서 “중국 측에 강하게 항의도 하고 철회도 요구하고 있다”며 “(중국의) 경제적 위압이라고 하는 것이 각지에서 일어나면 큰일이므로 주요 7개국(G7)과도 협력해 의연하고 냉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산 희토류를 염두에 두고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 강화를 확실히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는 중국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면서 “현재도 외교 경로를 통해 중국과 의사소통하고 있다. 국익의 관점에서 냉정하고 적절하게 대응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중국 상무부는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자위대 개입 가능’ 발언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모든 이중용도 물자의 대일 수출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상무부 발표 이후 중국의 일부 국영기업이 일본 거래처에 희토류 공급과 관련한 신규 계약을 맺지 않겠다고 통보하는 등 제재가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이 수출통제 카드를 꺼내자 일본 기업들은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는 이달부터 일본 국내외 복수 기업에서 차량용 범용 반도체를 조달하기로 했다. 그간 혼다는 차량용 반도체를 주로 중국 기업 윙텍이 소유한 넥스페리아에서 수입했다. 그러나 지난해 넥스페리아 본사가 있는 네덜란드 정부와 윙텍 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해 반도체 출하가 지연되면서 혼다 북미 공장과 일본 공장이 한동안 감산에 들어간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다”면서 “닛산도 중국산의 대체품을 조달하는 등 대응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중국을 겨냥해 올해 개정할 3대 안보 문서에 ‘태평양 방위 강화’를 핵심 내용으로 명기할 방침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자위대가 태평양에서 광범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항만, 활주로, 경계·감시용 레이더망을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는 내용 등을 안보 문서에 담을 계획이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국가방위전략·방위력정비계획)는 국방 정책 방향에 대한 핵심 지침을 담은 문서다. 태평양 방위 강화에 관한 내용은 ‘방위력정비계획’에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또 오는 4월 ‘태평양 방위구상실’(가칭)을 신설해 태평양 방위 강화를 위한 정책 검토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일본 남단 이즈제도와 미국령 괌의 중간에 있는 섬인 이오지마(이오토) 항만 정비 조사에도 착수할 방침이다. 이오지마는 중국이 군사 전략상 방위라인으로 삼고 있는 ‘제2도련선’에 있는 섬으로 군사 요충지로 꼽히는 곳이다. 현재 지형상 대형 선박이 정박할 수 없는 이곳의 부두를 정비하면 자위대의 수송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일본은 오키나와에서 동쪽으로 약 360㎞ 떨어진 기타다이토지마에 항공자위대의 이동식 경계관제 레이더를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달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이 섬 주변을 포위하듯 항해한 바 있다.
요미우리는 “중국이 대만 유사시 태평양 방면에서 오는 미군의 접근을 막기 위해 태평양에 전력을 투입할 태세를 마련하고 있다”며 “태평양에서 자위대의 ‘감시의 눈’을 확충하는 것은 일·미 동맹의 억제력 향상으로 연결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