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 계좌 예치’ 행정명령…정유기업들 압류 소송 방지 목적
에너지 기업들에 “146조원 투자” 압박…베네수 제재 완화도 착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미 재무부 계좌에 예치되는 베네수엘라산 석유 판매 대금에 제3자가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 정부가 석유 판매 대금을 통제할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서 “외국 정부 예치금에 대한 압류 위협이나 기타 사법 절차 부과는 미국의 국가안보와 외교정책에 중대한 해를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위협에 대응하고자 국제비상경제권한법과 국가비상사태법에 근거해 예치금을 압류나 법원 명령 등으로부터 보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행정명령에 따르면 예치금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재산”이지만 베네수엘라 정부를 대표해 미 국무장관이 공공·정부 또는 외교 목적을 위해 처분하기로 결정할 때까지 미 재무부 계좌에 보관된다. 앞서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베네수엘라 원유를 미국이 인도해 시장에 판매한 뒤 그 수익을 재무부 계좌에 두고 미국과 베네수엘라 국민을 위해 사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베네수엘라에 진출했다가 당국의 석유 시설 국유화 정책으로 피해를 본 미 정유기업이 미 정부에 예치금 압류 소송을 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 행정명령은 “이 예치금은 베네수엘라나 그 산하기관·기구와 거래했거나 거래 중인 상업적 행위자를 포함해 어떠한 민간 당사자의 재산도 구성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기업들에 베네수엘라 석유 개발에 투자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는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글로벌 에너지 기업 경영진과 만나 “어떤 석유회사들이 (베네수엘라에) 들어갈지는 우리가 결정할 것”이라며 “우리 계획은 거대 석유회사들이 정부 돈이 아니라 회삿돈으로 최소 1000억달러(약 146조원)를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대런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라이언 랜스 코노코필립스 CEO, 마크 넬스 셰브론 부회장을 비롯해 셸, 에니, 발레로 등의 경영진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정세가 불안정하다고 우려하는 에너지 기업 경영진에게 “당신들은 우리와 거래하는 것이지 베네수엘라와 거래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즈 CEO는 “우리는 베네수엘라에서 자산을 두 번 몰수당했다. 그곳에 세 번째로 진출하려면 현재 상황에 아주 중대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면서 “현재로서는 투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베네수엘라산 석유 수출을 위해 제재 완화 절차에 착수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르면 이번주 베네수엘라에 부과한 미국의 제재를 추가로 해제할 수 있다고 10일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미 에너지부는 지난 7일 베네수엘라산 원유 거래를 허가하고 석유 생산에 필요한 장비와 부품, 서비스를 베네수엘라로 반입하는 것을 승인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