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12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와 부정청약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이면서 기획처가 출범 초기부터 ‘수장 리스크’에 직면했다. 인사 강행 시 정치적 후폭풍으로 기획처가 초기 동력을 잃고 ‘식물 부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대로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장기간 수장 공백이 불가피하다.
기획처는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연구개발(R&D) 예산 편성 관련 협력을 제도화하기 위한 해 ‘R&D 예산 협의회’를 신설했다. 과기부가 R&D 예산의 85%가량을 배분·조정하는 안을 우선 마련하고, 기획처가 최종 예산안을 편성하는 현행 방식이 부처 간 칸막이로 작용해 부처 간 소통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기획처는 통상 하반기부터 본격화되는 예산 편성 작업도 이례적으로 1월부터 착수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이처럼 예산 당국으로서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는 것에 비해 또 다른 핵심축인 ‘중장기 국가전략 기획’ 등은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반면 재정경제부는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광복 100주년이 되는 2045년을 ‘경제 대도약’의 목표 시점으로 제시하는 등 국가 차원의 장기 비전 수립을 공식화하며 정책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기획처 안팎에서는 수장 공백 때문에 부처가 출범 초기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더라도 후폭풍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과 예산 개혁을 진두지휘해야 할 부처 수장이 도덕성 논란에 발목이 잡히면서 정책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 범정부 차원의 자원 배분과 미래 기획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중장기 핵심 과제로 ‘양극화 해소’를 꼽지만, 이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와 자녀의 ‘아빠 찬스’ 의혹 등은 오히려 정부가 내세운 공정이라는 가치와 배치되는 점도 부담이다.
기획처로선 이 후보자가 낙마하는 것도 부담이다. 후임자 인선과 청문회 등의 절차를 고려하면 최소 수개월간 수장 공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효율적인 예산 배분과 재정 철학을 정립해야 할 기획처 수장이 부동산 투기 등 각종 의혹에 휘말리면서 조직 안정과 정책 추진력에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오전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아들 병역 특혜 의혹에 대해 “특혜를 도모할 이유도 없고 주선할 영향력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 후보자의 차남과 삼남이 집 근처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했으며, 두 아들 모두 해당 기관에서 처음 배치된 공익근무요원이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