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중국 상하이 센스타임 본사로 향하는 육교 위를 한 행인이 지나고 있다. 김상범 기자
“상량, 상량. 지금 카메라 속의 이 여성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베이지색 외투를 입고 안에 검은색 터틀넥을 매치해 스타일리시하고 따뜻해 보입니다. 손에 공책 한 권과 펜 한 자루를 들고 있는데, 마치 일이나 공부 중인 것 같습니다. 밝은 미소가 친근한 느낌을 줍니다.”
지난달 19일 방문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업 센스타임의 상하이 본사.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온 기계음이 카메라 속에 담긴 통역사 김수연씨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설명했다. 김씨의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정말 똑같아요. 이렇게 정확할 수가….”
상량(商量), ‘헤아려 생각하다’라는 뜻인 동시에 중국의 인공지능(AI)기업 센스타임의 챗봇 이름이기도 하다. 영어 이름은 ‘센스챗(Sensechat)’. 스마트폰 렌즈를 통해 바깥 풍경과 장면을 인식하고 어떤 상황인지 설명할 수 있다. 안내를 맡은 직원은 “상량은 실시간 상호작용을 통해 박물관에서의 ‘스마트 가이드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라며 “학교에서 학생들의 문제 풀이를 도와주고 선생님을 도와 채점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4년 설립된 센스타임은 안면인식 AI 기술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고정비용 증가와 수익성 악화 등 긴 내리막길을 걸었다. 신장위구르족 인권침해에 회사 기술이 쓰였다는 이유로 내려진 미국의 제재로 인해 기업공개(IPO)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2018년 이후 이 회사의 누적 손실은 500억위안이 넘는다.
지난달 19일 중국 상하이 센스타임 본사 전시관에서 직원이 인공지능(AI) 챗봇 ‘센스챗(상량·商量)’에게 “눈 앞의 여성에 대해 설명해 보라”라고 지시하고 있다. 김상범 기자
그러나 최근 센스타임은 수익성 개선에 성공하며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는 중이다. 2025년 상반기 센스타임 그룹의 실적은 시장 예상을 웃돌았으며, 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한 24억 위안을 기록했다. ‘생성형 AI’가 효자 노릇을 했다. 생성형 AI 매출은 3년 연속 고속 성장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7%에 이른다.
그 중심에 AI 파운데이션 모델 ‘센스노바 6.5’가 있다.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거의 없는 편이지만 지난해 9월 멀티모달 대형 모델 학술 순위에서 센스노바 6.5 프로 모델이 1위에 올라 구글, 오픈AI, 알리바바, 딥시크 등을 일시적으로 제쳤던 바 있다.
센스타임 본사를 찾은 지난달 19일 이 회사는 마침 막 바쁜 한 주를 보낸 참이었다. 연말 신제품 출시 주간을 맞아 PPT를 만들어주는 오피스 AI ‘라쿤 3.0’, 전자상거래 에이전트 ‘센스아바타 에이전트’ 등 차세대 AI 제품군을 연이어 쏟아냈던 것이다.
지난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제품전시회 ‘CES 2026’에 중국 인공지능 기업 센스타임이 개발한 ‘체스 두는 로봇’이 전시돼 있다. 오동욱 기자
가장 눈에 띄는 신제품은 단편영상 창작 AI ‘세코 2.0’ 이었다.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마이크로 AI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플랫폼이다. 대본만 입력하면 그에 걸맞는 영상과 음악까지 전 과정을 생성형 AI로 제작해준다. 세코가 만든 단편 드라마 ‘만신지(婉心计)’는 더우인(抖音·틱톡 중국버전) AI 단편 드라마 차트 1위를 하기도 했다.
센스타임 관계자는 “차세대 AI의 핵심은 언어에서 ‘실제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AI가 로봇, 인텔리전트 드라이빙 등 실제 시나리오에서 착륙하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센스타임은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CES 2026’에 참가해 지능형 체스 로봇을 전시하기도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기관으로 한·중 기술교류 교두보 역할을 하는 글로벌혁신센터(KIC중국)의 김종문 센터장은 “센스타임은 소비자용 애플리케이션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수요가 명확한 B2B 및 중국 정부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며 “특히 시각 정보를 인식하고 해석하는 AI ‘두뇌’ 영역에서의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