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본사가 밀집한 서울 종로구 일대.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잇따라 법적 책임이 따르는 ‘등기임원’ 자리에서 물러나고 있다. 등기임원직에 대한 법적 책임 부담이 커지자 총수들이 이를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가운데 최근 5년간 등기임원 비교가 가능한 49개 그룹을 조사한 결과, 총수가 맡은 등기임원직은 2020년 117개에서 2025년 100개로 14.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총수 친인척의 등기임원 등재 건수도 360건에서 358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대기업 집단 14곳은 총수가 미등기임원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신세계그룹은 이명희 총괄회장과 정용진 회장, 정유경 ㈜신세계 회장 등 총수 일가 3명 모두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지 않았다.
리더스인덱스는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이후 등기이사에게 형사 책임이 직접 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총수가 회장·고문 직함을 유지한 채 미등기임원으로 남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 권한은 행사하면서 법적 책임은 회피한다는 ‘꼼수 경영’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총수들의 계열사 간 등기임원 중복 등재 사례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 기준 조사 대상 49개 그룹 중 23곳에서 총수가 2곳 이상 계열사에 등기임원으로 중복 등재돼 있었다.
특히 건설사를 모태로 성장한 그룹에서 총수의 등기임원 겸직 규모가 상대적으로 컸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16개 계열사에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려 가장 많았다. 이 회장은 2021∼2023년을 제외하면 매년 다수 계열사에서 등기임원을 맡아왔다.
리더스인덱스는 “등기임원 과다 겸직은 의결권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