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사진공동취재단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이 2022년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를 맡은 배경에 김건희 여사의 요구가 있었다는 진술이 민중기 특별검사팀 조사에서 나왔다. 김 여사의 요구는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았던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실무진에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경향신문이 국회로부터 입수한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1차관과 황모 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김태영 21그램 대표 등의 공소장에 따르면, 2022년 3월 정부청사관리본부 ‘이전 TF’는 경험이 있고 동종업계에서 3위에 오른 업체를 대통령 관저 공사를 할 대상으로 선정했다.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 연회장 공사를 맡았던 A업체를 시공업체로,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청사를 설계한 B업체는 설계업체로 뽑았다. 이들 업체는 실제 시공 작업도 진행했다. 그러나 한 달쯤 뒤 별다른 이유 없이 공사 업체가 ‘21그램’으로 바뀌었다.
김 여사 의혹을 수사한 특검팀은 김 여사가 대통령 관저 공사 제안서를 받아본 뒤 마음에 들지 않자 자신과 친분이 있던 김 대표가 운영하는 21그램에 맡기도록 했다고 봤다. 특검은 공소장에 “TF 팀장인 윤한홍 의원이 김 여사의 요구사항에 따라 2022년 4월 초순경 대통령 관저 이전 관련 실무를 총괄하고 있던 청와대이전TF 1분과장인 김오진에게 ‘김 여사가 고른 업체이니 21그램이 대통령 관저 공사를 도맡아 할 수 있도록 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적시했다.
대통령 관저는 건설산업기본법상 ‘건설사업자’만 시공할 수 있다. 21그램은 시공능력평가액 총액이 약 32억원에 불과하고 전문공사에 해당하는 자격요건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김 전 차관 등은 적법한 자격을 갖춘 대형 건설업체의 이름을 빌려 공사계약을 체결하면서 실제로는 21그램에게 공사를 맡기는 식으로 위법(직권남용,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을 저질렀다고 특검은 판단했다.
공사가 졸속으로 진행된 정황도 포착했다. 21그램은 대통령 관저 공사계약이 체결되기도 전에 공사 착수에 나서면서 설계도면도 없었고, 예산도 허위 산출한(직무유기,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 행사)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공사가 대략 마무리된 이후 초과 지출이 발생하자 이를 보전할 목적으로 또 다른 건설업체 명의를 빌려 추가 공사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약 16억원을 얻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도 받는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이 2022년 12월14일 감사에 나섰지만 당시 황 전 행정관이 “자료를 모두 폐기했다고 답하라”고 허위 진술을 요구하고 김 대표가 이에 응하면서 말을 맞춘 정황(감사원법 위반)도 나왔다고 특검은 밝혔다. 특검은 공소장에서 “사실은 관저 공사와 관련한 자료를 보관하고 있었음에도 김 대표는 황 전 행정관의 사전 지시에 따라 2023년 3월7일 경호처가 관저 공사 관련 자료를 모두 폐기해 제출할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허위의 진술서를 작성해 감사관에게 각각 제출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윤 의원에 대해선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했다.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한 문홍주 특검보는 지난달 29일 최종 결과 브리핑에서 “특검은 인수위 고위관계자(윤한홍 의원)도 그 과정에 개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피의자로 인지했으나, 수사 기간상의 제한으로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 등 3명에 대한 첫 재판은 오는 2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