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카흐리자크에 위치한 법의학 진단 및 실험 센터 내부에 수십 구의 시신이 놓여 있고, 슬퍼하는 것으로 보이는 유가족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영상 속 장면을 캡처했다. AFP연합뉴스
“보안군이 끊임없이 사람들을 죽이고 또 죽였습니다. 피로 물든 날이었습니다.”
이란 테헤란 출신의 한 여성은 전국적으로 반정부 시위가 열렸던 지난 9일(현지시간)의 참상을 이렇게 묘사했다. 그는 “마치 심판의 날 같았다”며 테헤란이 전쟁터를 방불케했다고 BBC에 말했다.
이란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이란 당국이 폭력 진압에 나서면서 최소 648명 사망하고 최대 6000명이 사망했을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가운데 CNN·BBC 등 외신들은 참혹한 시위 진압 현장 소식을 보도했다. 이란 정권이 인터넷과 전화선을 차단한 상황에서 정확한 정보 파악이 어려운 가운데 외신들은 목격자들의 증언과 인터넷 차단을 뚫고 공개된 영상을 통해 참상을 전했다.
테헤란 서쪽에 위치한 도시 파르디스에서는 이날 이란 혁명수비대(IRGC) 산하 준군사 조직인 바시지 민병대가 시위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목격자들은 오토바이를 탄 바시지 대원들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포했으며, 번호판이 없는 차량들이 골목까지 들어와 시위에 가담하지 않은 시민들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고 BBC에 전했다. 한 목격자는 “골목마다 두세명이 죽었다”고 말했다.
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거리에서 차량들이 불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23세 대학생이 지근거리에서 발사된 총탄에 머리를 맞고 사망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노르웨이에 기반을 둔 이란인권(IHR)은 테헤란 샤리아티대학에서 섬유·패션디자인을 전공하던 대학생 루비나 아미니안이 지난 8일 정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사망했으며, 유족과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뒤쪽 근거리에서 발사된 총탄에 머리를 맞았다”고 밝혔다.
아미니안은 이란 서부 쿠르디스탄주 출신 쿠르드족 여성으로, 아미니안의 어머니는 테헤란으로 와 수백구의 시신 사이에서 간신히 딸의 신원을 확인했다. 아미니안의 가족들은 집으로 돌아와 장례를 치르려 했지만, 보안 당국이 매장을 허가하지 않아 시신을 인근 도로변에 묻어야 했다고 IHR은 전했다.
많은 사망자들이 머리에 총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마슈하드의 한 공동묘지에서 일하는 영안실 직원은 머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시신 180~200구가 실려와 즉시 매장됐다고 전했다.
BBC와 인터뷰한 의료진과 간호사들은 병원들이 환자로 넘쳐나 머리와 눈에 중상을 입은 환자들을 치료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11일 온라인에는 이란의 인터넷 차단을 뚫고 창고 건물 안팎에 검은 시신 가방이 널린 영상이 공개됐다. 유족들은 시신 가방 옆에서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었다. 미국에 기반을 둔 인권운동가통신(HRANA)는 이 시설에 테헤란 외곽의 법의학 시설인 카흐리자크 법의학센터라고 밝혔다. HRANA는 해당 시설에 약 250구의 시신이 안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12일 IHR은 이날로 16일째 접어든 반정부 시위에서 시위대만 최소 64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IHR은 일부 추산에 따르면 6000명 이상 숨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HRANA는 12일까지 이란 전역 187개 도시에서 606건의 시위가 열렸으며, 총 646명이 사망했으며 이중 시위대는 505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