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일본 나라현 나라시 정상회담장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 조선인 희생자 유해에 대한 DNA 감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한·일 정상이 과거사 문제를 공식적으로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서 열린 다카이치 총리와 정상회담 직후 공동언론발표에서 “양국은 유해의 신원 확인을 위한 DNA 감정을 추진하기로 하고, 구체 사항에 대해서는 당국 간 실무적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과거사 문제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어 낼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공동언론발표에서 “조세이 탄광에서 발견된 유골에 대한 DNA 감정 협력을 위해 양국 간 조정이 진전된 부분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양국은 지역·글로벌 현안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하고,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일,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뜻을 함께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저는 동북아 지역의 한·중·일 3국이 최대한 공통점을 찾아 함께 소통하며 협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며 “양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에 대한 의지도 재확인하고 대북 정책에 있어 긴밀한 공조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한 “양국이 교역 중심 협력을 넘어 경제 안보와 과학 기술, 그리고 국제 규범을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한 보다 포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국은 인공지능, 지식재산 보호 분야 등에 대한 실무 협의를 비롯해 포괄적 협력에 대한 논의를 개시하기로 했다.
양국은 스캠(사기) 범죄를 비롯한 초국가 범죄에 대해서도 양국 공동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경찰청 주도로 발족한 국제공조 협의체에 일본이 참여하기로 했고, 양국 공조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합의문도 채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공동언론발표에서 “경제, 경제안보 분야에서 전략적이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협력을 추진할 수 있도록 관계부서 간 논의를 심화시키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그 가운데 대통령님과는 공급망 협력에 대해서 깊은 논의를 했다”고 했다.
이번 회담은 이 대통령 취임 후 다섯 번째이자, 지난해 10월 다카이치 내각 출범 후 두 번째 한·일 정상회담이다. 회담장이 마련된 나라현은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이자 지역구다. 회담은 88분 동안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한국과 일본의 교류와 협력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때”라며 “우리가 한때 아픈 과거의 경험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한·일 국교 정상화가 된 지도 환갑, 60년이 지났고 다시 또 새로운 60년을 시작하게 됐다는 점에서 오늘의 이 회담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일·한 관계를 전진시키면서 양국이 지역의 안정을 위해 공조해 역할을 다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다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께서는 앞으로의 60년을 말씀했는데, (한·일 수교) 60주년인 작년에 일·한 관계의 강인함을 지속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며 “올해도 이번 대통령님의 방일을 시작으로 일·한 관계를 한층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키는 한 해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