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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대해 이야기하자

입력 2026.01.13 19:46

긴급전화 1366 상담원들이 과중한 노동과 화장실도 가기 힘든 열악한 근무환경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1366은 성범죄 신고와 상담을 돕는 핫라인이다. 예전에 나의 지인이 스토킹을 당하고 있었는데, 신체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처해서 나한테 다급하게 연락한 적이 있다. 나는 경찰에 신고하라고 했는데 지인은 몹시 망설였다. 그래서 1366은 신고가 아니라 상담이니까, 여기에 상담해 보라고 조언했다.

지인은 1366에 상담했고, 상담원분이 경찰에 신고하라고 조언했으며, 그래서 지인은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와서 상황이 안전하게 해결되었다. 1366 상담원분이 사람 목숨 구해주신 것이다. 그래서 나는 1366을 깊이 신뢰한다.

내가 1366을 아는 이유는 성폭력 전문상담원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해바라기센터에 방문도 했고 거기서 근무하시는 간호사 선생님한테 성폭력 신고와 수사 과정 등에 대해 설명도 들었다. 다른 모든 범죄와 마찬가지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빨리 신고하는 게 좋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붙잡거나 만지는 경우에 접촉 DNA가 남아 증거가 될 수 있고 주변 CCTV 등에 기록이 남아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1366은 보통 ‘여성 긴급전화’로 알려져 있는데, 남성도 신고할 수 있냐고 그때 여쭤보았다. 간호사 선생님이 성별 관계없이 성폭력 범죄 신고, 상담은 모두 다 받는다고 말씀하셨다.

남성도 성폭력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오래전에 예체능 계열 어떤 분야에서 활동하시던 남자분이 처음 그 분야에 입문했을 때 지속적인 강제추행을 당한 경험을 토로한 적이 있다. 가해자도 남성이었다. 그리고 가해자는 결혼도 하고 자녀도 있고 해당 분야의 권위자였으며 겉보기에는 굉장히 존경받을 만한 삶을 사는 사람이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첫째, “그 사람이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는 변호는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그 가해자도 ‘그럴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피해자들은 (피해자‘들’이다. 여러 명이었다) 해당 분야의 신규 입문자, 권위도 경력도 없고 발언권이 약한 사람들이었다.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알리면 오히려 잃을 것이 더 많아졌다. 가해자 본인이 이 모든 상황을 알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두 번째로 알 수 있는 사실은 성정체성과 성폭력은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성폭력은 언제나 권력과 관계가 있다. 가해자는 자신이 피해자보다 신체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우월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성폭력을 저지른다.

배고픈 사람이 굶어죽지 않으려고 음식이나 돈을 훔치면 동정의 여지라도 있지만 성폭력은 그렇지 않다.

그러니까 우리는 성에 대해서 더 이야기해야 한다. 성폭력에 대해서, 서로 존중하는 건강한 관계에 대해서, 다양한 성정체성에 대해서 더 많이 이야기하고 더 많은 지식을 서로 나누어야 한다. 정상적인 인간은 성별에 관계없이 좋아하는 상대방에게 조심스럽게 마음을 전달하고 부드럽게 관계를 쌓아 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성별에 관계없이, 상대가 원하지 않는데 접촉하거나 관계를 강요하는 행위는 폭력이다.

현재 한국의 성폭력 관련 법안들은 물리적인 폭력 혹은 폭행하겠다는 위협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이미 접촉이 필요 없는 디지털 성범죄는 오래전부터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성착취물을 빌미로 피해자끼리 성범죄를 저지르도록 가해자가 조종하는 질 나쁜 범죄도 등장했다. 오프라인에서도 위에서 언급했듯이 사회적으로 명성이나 권력을 가진 가해자가 입지가 약한 피해자를 암묵적으로 압박해서 직접 물리적으로 폭력이나 위협을 가하지 않고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현실적으로 더 많다.

현재 한국의 법제도는 이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형법상 강간죄가 규정된 것은 1953년이다. 강간죄 피해자의 정의가 ‘부녀’에서 ‘사람’으로 바뀐 것은 2013년의 일이다. 이제 동의 없는 성관계는 강간이라는 정의가 법에 반영되어야 한다. 친밀한 관계는 권력이 아니라 동의를 기반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혹시 범죄 피해를 당했을 경우 피해자는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고 합당한 법적 대응을 하고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성평등이다.

정보라 소설가

정보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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