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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시위는 지난달 28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전자제품 상인들이 경제난과 고물가에 반발하며 거리로 나서면서 시작됐습니다.

다만 섣부른 개입이 이란 내 반미 세력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미 이란의 친정부 시민들은 미국 개입을 규탄하면서 곳곳에서 친정부 시위를 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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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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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끊고 시위대에 기관총…이란에서 무슨 일이?

입력 2026.01.14 07:00

  • 조해람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점(사실들) : 인터넷 끊고 무차별 발포

선(맥락들) : 막장 경제와 권위주의에 ‘폭발’

면(관점들) : 이번엔 분위기 심상찮다

지난 8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이란 테헤란 거리에서 차량이 불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8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이란 테헤란 거리에서 차량이 불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에서 2주 넘게 이어지는 반정부 시위로 최소 수백명이 숨졌습니다. 사망자가 수천명에 이른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이란에서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정권이 뒤집힐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47년 이란 신정체제의 최대 위기로 불리는 이번 시위, 어쩌다 일어난 걸까요?

점(사실들): 인터넷 끊고 무차별 발포

시위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전자제품 상인들이 경제난과 고물가에 반발하며 거리로 나서면서 시작됐습니다. 시위는 이튿날부터 전국적으로 번졌고 정권 규탄 목소리도 높아졌습니다.

이란 정부가 지난 8일 인터넷과 전화를 차단하면서 사태는 극단으로 치달았습니다. 인터넷을 막은 뒤 이란 정부는 실탄 사격을 해 가며 본격적으로 유혈 진압에 나섰습니다. 지난 9~10일을 기점으로 사망자가 급격히 늘었고 시위대의 저항도 거세졌습니다.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어제(13일) 기준으로 최소 648명의 사망을 확인했다고 밝혔는데요. 인터넷이 봉쇄된 점을 고려하면 실제 사망자는 훨씬 많을 수 있습니다. 6000명 이상이 숨지고 1만명 이상이 체포됐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란 정부의 디지털 봉쇄를 뚫고 전해지는 소식들은 참담합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시위 현장에서 총성이 울리는 영상, 시신을 담은 가방이 줄지어 있는 사진 등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란 시민들은 외신에 “저격수·기관총이 동원됐다”거나 “병원에서 겹쳐 쌓인 시신들을 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선(맥락들): 막장 경제와 권위주의에 ‘폭발’

1970~1980년대만 해도 괜찮았던 이란의 경제는 핵 개발에 돌입하면서부터 내리막을 걷습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 때문입니다. 미국의 경제 제재 수준은 정권에 따라 달라졌는데, 이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 대놓고 대립각을 세웠죠. 지난해 9월에는 유엔도 ‘이란이 핵 협상을 위반했다’며 제재를 10년 만에 복원시켰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이란 전역에 극심한 가뭄까지 들이닥쳤습니다.

이런 일들이 겹쳐 오늘날 이란 경제는 참혹하게 망가졌습니다. 이란 화폐 리알화의 가치는 2022년 1달러당 43만리알(약 1만5000원)이었는데, 지난달에는 사상 최저 수준인 142만리알(약 4만9000원)까지 추락했습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42% 상승했고, 식료품 값은 무려 72% 올랐어요. 이란 정권이 이전에도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강경하게 탄압해 온 점, 경제 파탄에도 중동 반미세력 연대 ‘저항의 축’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다가 아무 성과를 얻지 못한 점 등도 시민들의 분노를 키웠습니다.

시민들의 불만은 이번 시위 전부터 차곡차곡 쌓여 왔습니다. 이란 정부도 처음에는 유화책을 내놓았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히잡 미착용 단속을 완화했고, 시위 초반에는 전 국민에게 매달 1인당 100만토만(이란의 비공식 화폐 단위. 약 1000만리알·7달러·1만원에 해당)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어요. 중앙은행장도 교체됐고요.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불만을 잠재우지 못했고 결국 정부는 유혈 진압에 나섰습니다.

면(관점들): 이번엔 분위기 심상찮다

이란 시민들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7년과 2019년에도 경제난을 규탄하며 민주화를 요구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2022년에는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올바르게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숨지면서 ‘히잡 반대 시위’가 벌어졌고요. 이 시위들도 규모가 작지는 않았지만, 사회 전 계층의 두터운 공감대를 얻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위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이란 정권 지지층인 도시 상인들이 시작했고, 중산층·빈곤층을 가리지 않고 시민 대다수가 거리로 뛰쳐나왔기 때문입니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47년을 이어 온 신정체제의 최대 위기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젊은 여성들은 아예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을 불태워 담뱃불을 붙이는 인증 사진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란 정부의 힘도 이전보다 많이 약해진 상황입니다.

미국의 개입 여부도 큰 변수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에 25%의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이란 정부가 미국에 협상을 제안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개입도 옵션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다만 섣부른 개입이 이란 내 반미 세력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미 이란의 친정부 시민들은 미국 개입을 규탄하면서 곳곳에서 친정부 시위를 열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도 미국을 규탄하고 나섰고요.

앞으로 이란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섣불리 예측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1년 전 불법계엄이라는 큰 위기를 겪은 우리로서는, 민주화를 향한 이란 시민들의 오랜 갈망을 남 일처럼 볼 수는 없을 듯합니다. 거대한 야만에 맞서는 개인의 양심이라는 게 더없이 무력하게 느껴지는 요즘이지만, 그럼에도 바로 그 지점이 세상을 바꿔나가는 출발점이겠죠. 국제사회가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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