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 붕괴 대비한 사전작업 추측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중동 특사 스티브 윗코프가 이란 왕조 마지막 왕세자였던 레자 팔레비와 최근 비밀 회동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팔레비는 이란 반정부 세력의 지도자를 자처하는 인물로, 트럼프 정부가 반정부 시위에 따른 이란 신정체제 붕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전 작업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13일(현지시간) 윗코프 특사가 지난 주말 팔레비와 비밀리에 만나 이란에서 격화하는 시위에 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동은 지난달 28일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후 트럼프 정부가 이란 반정부 세력과 가진 첫 고위급 회담이다.
팔레비는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 무너진 팔레비 왕조 마지막 국왕의 장남으로 왕정 붕괴 후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하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신정체제를 고발하는 활동을 해왔다. 액시오스는 팔레비가 윗코프 특사를 만난 것에 대해 ‘과도기 지지자’로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는 팔레비의 행보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 발발 직후엔 팔레비를 중요한 인물로 여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란 시위대가 팔레비 이름을 외치는 것에 트럼프 정부가 놀랐다”고 한 당국자는 전했다. 폭스뉴스는 윗코프 특사의 이번 회동을 트럼프 정부가 보여온 태도의 중대한 변화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란 시위 현장에선 팔레비 사진과 이슬람 혁명 이전에 사용했던 왕정 국기, “샤(국왕) 만세” 등 팔레비를 지지하는 구호들이 등장했다. 일각에선 팔레비가 반정부 세력을 이끌 만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평가한다. 알리 바에즈 국제위기그룹 이란 분석가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가진 기성세대, 구원자를 바라는 젊은층, 현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면 누구든 지지하려는 불만 세력까지 팔레비의 지지층이 매우 넓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란 내 인터넷 통신이 차단된 데다, 부패로 얼룩진 왕정의 과거를 토대로 팔레비를 비판하는 이들도 상당히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이란 내 팔레비의 지지 기반이 어느 수준일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국장은 “팔레비는 인지도가 높고 (시민들이) 의지할 만한 마땅한 다른 인물이 없다”면서도 “그는 정치 경력이 전혀 없고 포용적인 야권 조직을 구축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