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미국 영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이란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AP연합뉴스
반정부 시위대 향해 “애국자여, 우리가 도울 것” 강경한 행동 주문
“미, 카타르 미군기지 철수 권고”…실제 군사 작전, 주변국 허가 필요
반체제 매체 “사망자 최소 1만2000명…하메네이, 실탄 사격 명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이란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정부 기관 점령 등 더 강경한 행동을 하라고 선동하며 “도움”을 약속했다. 또 이란이 시위대를 교수형에 처하면 “매우 강력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시위 사망자 수가 1만2000명을 넘어섰다는 추산까지 나오면서 이번 시위는 사상 최악의 유혈사태로 번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이란의 애국자들이여, 계속 시위하라. (정부) 기관들을 점령하라”고 밝혔다. 이어 “시위대에 대한 무분별한 살해를 멈출 때까지 이란 당국자들과의 모든 회의를 취소했다”며 “도움의 손길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CBS 인터뷰에서는 이란 정부가 시위대를 교수형에 처한다면 “우리는 매우 강력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력한 조치’의 의미에 대해서는 “승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달 초 베네수엘라 공습과 2019년 이슬람국가(IS) 창시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사살, 2020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정예 쿠드스군 사령관이었던 가셈 솔레이마니 암살 등을 예로 들었다. 모두 목표물만 정밀하게 제거하는 ‘외과 수술식’ 군사작전이었다는 점에서 이란에 대한 제한적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백악관은 “외교적 해결이 최우선”이라고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대응으로 방향을 바꾼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외신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쓸 수 있는 군사작전 카드가 매우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지난해 10월 이후 중동에 전개된 미 해군 항공모함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이란을 공격하기 위해 역내 미군기지를 사용하려면 해당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는 강경한 태도를 드러내고 있지만 사석에서는 군사 개입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14일 복수의 외교소식통 말을 인용해 중동 최대 규모 미군기지인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에 일부 철수 권고가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권고의 구체적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시위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을 연일 시사하는 가운데 포착된 움직임이어서 주목된다.
반정부 시위는 사상 최악의 유혈사태로 번지고 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이날 사망자 수가 2571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이란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최소 3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영국에 기반을 둔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이란 당국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쏘기 시작한 지난 8~9일 최소 1만2000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와 대통령실, 혁명수비대 소식통과 목격자들의 증언, 의료기관 데이터 등을 참고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직접 명령, 입법·행정·사법부 수장의 승인 아래 실탄 사격 명령이 내려졌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는 이란 정권의 폭력 진압을 규탄하며 대이란 제재를 확대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이란 신정체제를 보위하는 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베트 쿠퍼 영국 외교장관은 “이란에 대해 전면적이고 추가적인 제재를 이행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