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의회 청문회서 “미 기술기업 차별”…한국 디지털 규제 성토
여한구 본부장, 정부 입장 설명에도…“적대행위에 후과 있을 것”
쿠팡, 4년간 로비자금으로 159억원 사용…‘미 정치권 로비’ 효과
미국 연방의회에서 한국 정부가 각종 디지털 규제로 미국 기술기업들을 부당하게 차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 의원은 쿠팡을 미국 기업 차별의 예로 들며 “마녀사냥을 중단하라”고 말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방미 중이지만 미국 정치권의 인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서 공화당 소속 에이드리언 스미스 위원장은 “한국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무역·투자협정 팩트시트에서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고 불필요한 디지털 무역 장벽을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면서 “하지만 내가 관찰하기에 한국은 여전히 미국 기업을 명백하게 겨냥한 입법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미스 위원장은 “한국 규제당국은 이미 미국의 주요 기술기업들을 공격적으로 겨냥하고 있다”며 “그 한 사례로 쿠팡에 대한 차별적 규제 조치를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한국 정부의 조사를 “차별”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캐럴 밀러 공화당 의원도 “디지털 무역의 자유로운 흐름을 억압하려는 시도가 특히 한국에서 두드러진다”면서 최근 통과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검열법”이라고 표현했다. 밀러 의원은 “한국은 최근 두 명의 미 기업 임원을 상대로 정치적 마녀사냥까지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해럴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 대표와 김범석 쿠팡Inc 의장에 대한 수사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한국의 디지털 규제를 성토하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수전 델베네 민주당 의원은 “미국의 디지털 서비스 산업은 2800만개가 넘는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하는 중요한 동력이지만 해외에 도입되고 있는 차별적 규제로 인해 점점 더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지역구인 워싱턴주에 있는 쿠팡 같은 기업들에서 듣기로는 한국 규제당국이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위반하고 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델베네 의원은 “프라이버시 보호를 강화하고 혁신을 지원하는 디지털 무역 규칙을 의회 주도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지적하지 않았다.
이날 청문회는 여 본부장이 한국의 디지털 규제에 대한 미국 정부와 정치권의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방문한 상황에서 열렸다. 여 본부장은 전날 대럴 아이사 공화당 의원과 재계 인사들을 만나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그러나 아이사 의원은 여 본부장과의 만남 후 엑스에 “미 기술기업을 표적으로 삼은 부당한 대우와 쿠팡에 대한 불공정한 대우는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국가가 지원하는 미 기업 적대 행위에는 후과가 있을 것”이라는 경고성 글을 남겼다. 스콧 피츠제럴드 공화당 의원도 같은 날 “정치적 동기에 따른 마녀사냥에 근거해 쿠팡 임원 기소를 요구한 한국 정부 조치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이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미 기업 차별로 포장하려는 쿠팡의 로비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 상원 로비보고서에 따르면 쿠팡Inc는 2021년 상장 이후 4년간 총 1075만5000달러(약 159억원)를 로비자금으로 썼다. 2021년 101만달러(약 15억원)였던 로비 규모는 지난해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시기는 쿠팡이 자체 브랜드 상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검색 순위 알고리즘과 구매 후기·평점을 조작한 혐의로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서 1500억원 과징금을 부과받고 검찰에 고발당한 시기와 겹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