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고 13개월이 지나서야 이 재판의 결심공판이 끝났다. 특검은 윤석열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중요 가담자들에 대해서도 일제히 중형을 구형했다. 한국 현대사에서 전직 대통령이 내란의 우두머리로 법정 최고형을 요구받는 장면은, 헌정질서 파괴에 대한 단죄 수위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상징적 순간이다.
한국 민주주의는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다. 헌법 조문은 그대로인데, 그 문장을 실제로 지킬 의지가 이 사회에 남아 있는지, 그리고 권력을 쥔 자가 헌정을 짓밟았을 때 끝까지 책임을 묻는 나라가 맞는지 스스로에게 되묻는 시험이다. 이 재판은 단지 한 전직 대통령의 유무죄를 따지는 절차가 아니라, 1987년 체제 이후 우리가 쌓아 올린 민주주의의 실질을 검증하는 정치·법적 감사에 가깝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심봉사의 눈이 확 뜨이듯, 이 사회 전체가 “다시는 내란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하게 만드는 선명한 판결이다. 그 판결은 단지 유죄와 무죄의 구분, 또는 형량의 숫자 싸움에 그쳐서는 안 된다. 내란의 주범들에게 법정 최고형을 알리는, 말 그대로 계몽형 판결이어야 한다. 윤석열이 계엄을 계몽이라고 우기는 말의 왜곡과 타락을 바로잡는, 그보다 훨씬 더 강력한 계몽형 판결 말이다. “권력이 헌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상식을 다시 한번 압도적으로 각인시키는 판결, 이후 어느 정권도 감히 계엄과 군을 정치도구로 쓰려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드는 판결이어야 한다. 이 판결이 하나의 시대 구분선이 되어, 내란을 모의하는 정치 세력이 더 이상 ‘정치적 선택지’로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피고인에게 극형이 선고될 경우, 그의 지지자들이 결집해 또 다른 갈등과 충돌을 만들지 모른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사회 통합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선에서 멈춰야 한다는, 익숙한 ‘정치적 안배론’도 고개를 든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가깝다.
이미 재판 과정에서 윤석열과 그 무리들이 쌓아 올리려 했던 ‘영웅의 서사’는 속절없이 붕괴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스스로를 “국가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싸운 대통령”으로 포장하려 했던 구도는, 법정 증언과 물증, 그리고 피고인 자신의 태도에서 연달아 균열이 났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을 회피하며 주변에 죄를 떠넘겼고,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이 나오면 “오해”와 “왜곡”으로 몰아가며 거짓과 궤변을 반복했다. 국가를 지켰다고 주장하던 입은, 막상 법정에서는 “군에게 과한 지시는 한 적 없다” “계엄은 정당한 조치였다”는 자기 합리화로 일관했다.
초기에 자신들을 “국가와 헌법을 지킨 군인·공직자”로 포장하던 핵심 가담자들 역시, 증인석에 앉자 하나둘 말을 바꾸며 “내가 결정한 게 아니다, 윗선의 지시였다”는 변명 뒤로 숨었다. 국회를 지키기 위한 투혼이 아니라, 국회를 짓밟으라는 명령을 둘러싼 말 바꾸기와 책임 회피만 남았다.
이 공방 과정 자체가 이미 윤석열과 그 무리들의 도덕적·정치적 파산을 보여주는 공적 기록이 되었다. 공개 재판을 통해 남겨진 수많은 증언과 진술 번복, 그 속에서 드러난 비겁함과 탐욕은, 향후 어떤 미화 시도도 뚫고 나올 수 없는 일종의 “방탄 기록”이 됐다. 이제 극형 선고가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줄 여지는 거의 사라졌고, 오히려 온전한 단죄가 내려질수록 “영웅이 아니라 헌법을 배신한 내란 주범”이라는 서사가 또렷해질 가능성이 크다.
국론분열을 우려해서 처벌의 수위를 낮추는 선택은, 존재하지 않는 ‘영웅 만들기’를 과도하게 의식한 자기검열이다. 따라서 지금 우려해야 할 것은 허구적 국민통합의 명분을 내세워 “전직 대통령이니 여기서 멈추자”는 식의 정치적 타협과 모호한 단죄다. 전두환에게 사형을 선고하고도 끝내 사면해버렸던 역사가 남긴 것은, “시간이 지나면 다 용서된다”는 냉소뿐이었다. 그 전두환은 죽을 때까지도 사과하지 않았다.
그 냉소는 이후 보수 정치 내부에서조차 충분한 자기 성찰을 가로막았고, 결국 “헌정을 뒤엎어도 어떻게든 버티면 산다”는 잘못된 학습효과를 남겼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사형제 자체에 대해선 신중히 따져보되, 반성하지 않는 내란의 주범들은 영구적으로 사회와 괴리되어야 한다는 점만큼은 어떤 정치적 고려보다 앞서야 한다. 이번 재판이 남길 문장은 단 하나여야 한다. 내란을 꾀한 권력은 반드시 끝까지 단죄된다는 것, 그래서 다시는 이런 시험을 반복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가 되었다는 것이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