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기원
칼 다이서로스 지음 | 최가영 옮김
북라이프 | 384쪽 | 2만1000원
“제가 왜 못 우는지 모르겠어요.”
형제들에게 등 떠밀려 응급실에 온 남자는 혼란스러워 보였다. 그는 8주 전 시골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뒤집힌 차 속에서 안전띠에 거꾸로 매달린 신혼부부의 몸이 흔들렸다. 아내와 뱃속 아이가 차갑게 식어가는 모습을 청년은 속절없이 지켜보았다.
눈물이 사라진 건 그가 한순간에 미래를 잃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는 사실 뇌 신경계 깊은 곳의 7번 신경섬유가 고장 난 상태였다. 얼굴 신경이라 불리는 7번 뇌 신경은 표정과 눈물샘을 지배한다.
인간의 뇌는 여전히 많은 부분이 미스터리지만, 뇌세포의 전기 활성 측정 기술은 감정을 뇌세포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의과대학 마지막 해 실습 중 만난 조현정동장애 환자 덕에 정신과 의사가 된 저자는 생명과학자로서 연구에도 매진해 ‘광유전학’을 창시했다. 빛을 받으면 활성화되는 단세포 녹조류의 유전자를 다른 동물의 신경세포에 이식하면, 이 조작된 신경세포는 과학자가 쏘는 빛에 반응하는 것이 그 원리다.
불안장애 환자는 호흡이 빨라지고, 위험을 회피하고, 불쾌감을 느낀다. 광유전학을 통해 이 세 가지 상태는 각각 다른 신경 가닥을 통해 조절된다는 점이 밝혀졌다.
물론 뇌 속의 물리적 연결 지도가 그려진다는 것만으로 내면의 씨실과 날실이 겹쳐져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감정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다만, 감정이 뇌 속의 어느 축삭 연결을 활성화하는지 아는 것은 그 감정을 제어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연결된다.
은퇴 후 갑자기 성격이 바뀐 남자, 거식증과 폭식증, 기억과 함께 말을 잃어가는 노인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저자는 감정이란 왜 진화의 흔적인지, 불안한 세상에서도 우리는 왜 희망을 품어야 하는지, 또 인간은 어떻게 인간을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