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 관련 사건 1심 선고 공판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생중계로 진행되는 재판을 시청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 등 혐의에 대해 법원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8개 형사재판 중 사법부의 첫 판단이다. 이 사건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본류’ 재판과는 별개지만, 12·3 불법계엄 선포 과정의 위법성을 처음으로 내놔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는 16일 오후 2시부터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1심 선고 공판을 열고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헌법을 수호할 의무가 있는데도 도리어 대통령 독단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경시했으므로 비난받아야 마땅하다”라며 이같이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3일 대통령경호처 직원을 동원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게 한 혐의로 같은 해 7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에 의해 구속 기소됐다. 2024년 12월3일 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 외관만 갖추려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해, 회의에 참석지 못한 국무위원 9명의 계엄 심의권을 침해한 혐의도 있다.
그간 윤 전 대통령 측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대해 특검이 추가 기소한 것이 이중 기소에 해당하고, 계엄 선포 등 긴급하고 밀행성을 필요로 하는 경우 국무위원 일부에게만 회의 소집을 알릴 수 있다고 했다. 또 공수처의 수사권이 없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1월 체포영장 집행이 위법하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통령의 권한 행사에 대한 국무위원 심의가 갖는 제도의 의의를 보면 모든 국무위원은 회의 구성원으로서 국정을 심의할 권한이 있다”며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소집할 때 전원에게 알려야 하고, 일부 국무위원이 결여된 경우 심의권이 침해됐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긴급한 경우에 국무위원 소집 통지를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규정은 없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은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소추 시도와 ‘부정선거 의혹’ 등을 해소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국무위원 전원을 소집하지 못할 긴급 상황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공수처의 수사권과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은 대통령이 내란·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정하지만, 대통령에 대한 수사 자체를 제한하지는 않는다”며 “공수처가대통령 신분이었던 피고인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를 수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을 수사하던 중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관련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수사에 착수했다”며 “두 혐의 사실관계가 동일하고 직접 연결되는 것이라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피고인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관련성이 인정되므로 공수처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죄를 관련 범죄로 수사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지난해 1월3일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도 적법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대통령관저는 군사상비밀을 요하는 장소임은 분명하지만, 당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를 받는 대통령에 대해선 책임자인 경호처장의 승낙이 없어도 적법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죄질이 불량한데도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훼손된 법치주의를 바로세울 필요가 있고,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지난 공판들과 마찬가지로 남색 정장에 흰 셔츠를 입은 채 출석했다. 담담한 표정으로 앉아 눈만 깜빡이고 있던 윤 전 대통령은 재판부가 징역형을 선고했을 때도 묵묵히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재판부에서 방송사들의 중계신청을 허가하면서 이날 선고는 생중계됐다. 앞서 특검은 징역 1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