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은행 관계자들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70원을 웃돌자 금융당국이 환율 안정화를 위한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달러 예금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의 국장 복귀 유도를 위한 추가 대책을 검토하는 등 전방위적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19일 주요 시중은행 외환 담당 임원을 소집해 달러 예금을 부추기는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할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반대로 달러를 원화로 바꿀 때 제공하는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은행권에 주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4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개인 달러 예금 잔액은 127억3000만달러로, 2024년 말보다 9억1700만달러 불었다. 최근 환율이 오름세를 보이자 달러를 예금 형태로 보유하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재 은행들도 원화 환전에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금융당국 기조에 발을 맞추고 있다.
신한은행은 유튜버가 구글로부터 받는 해외 광고비를 신한은행 계좌로 입금할 경우 원화 환전에 90% 환율 우대 등을 적용하는데 이 혜택을 오는 3월 말까지 연장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15일부터 해외여행 특화 외화예금인 ‘위비트래블 외화예금’의 달러 금리를 1.0%에서 10분의 1 수준인 0.1%로 내렸다.
미국 등 해외 증시로 향하던 자금 물꼬를 국내 증시로 돌리려는 방안도 추가로 논의되고 있다. 고환율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해외주식 투자 열풍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투자자가 해외 증시에서 주로 투자하는 고위험·고배율 ETF(상장지수펀드) 종목 상품 구조를 분석하고, 국내 도입을 위한 규제 개선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내에서는 개별 종목의 수익률을 수배로 추종하거나 특정 지수 수익률을 2배 이상으로 따라가는 ETF 상품은 허용되지 않는데, 개별 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을 허용하고 지수 레버리지 ETF의 배수 한도를 현행 2배에서 더 확대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규제 손질 이후에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수익률을 수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등 상품이 출시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해외영업 실태 점검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토스·키움증권에 이어 최근에는 삼성·미래에셋증권을 추가로 현장 검사했다. 과도한 해외주식 마케팅이 이뤄지진 않았는지, 투자 위험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고지됐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증권사의 해외 영업을 단속하면서 고위험·고배율 ETF 상품 출시를 허용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위험·고배율 상품은 특히 변동성 장세에서 원금 손실 등 우려가 커지는데,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만들어 놓은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