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00% 관세”를 무기로 연일 자국 내 추가 투자를 요구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정부도 트럼프 행정부 정책이 가변적이어서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18일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청와대는 김용범 정책실장 주도로 미국의 반도체 관세 조치 대응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오는 19~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할 예정인데, 트럼프 대통령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WEF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미 통상 당국이 다보스에서 접촉할 가능성이 커졌지만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확인해줄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방미 귀국 일정을 미루고 현지에서 반도체 관세 상황을 파악한 여 본부장은 전날 귀국길에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2단계 조치가 언제, 어떤 형태로 확대돼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신규 공장 착공식에서 대만과의 무역 협정 결과를 언급한 것은 한국 기업에 대한 추가 투자 압박으로도 해석된다. 러트닉 장관은 미국이 대규모 현지 투자를 조건으로 대만에 관세 혜택을 부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만의 반도체 관세 면제 조건이 일종의 기준점이 될 수 있어 국내 반도체 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반도체 기업에 기존 투자 건 외에 추가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370억달러(약 54조5221억원) 규모 파운드리 공장의 완공을 앞두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달러(약 5조7027억원) 규모로 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업계는 미국의 태도 변화 등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나오는 곳이 없고 하루이틀 만에 공장이 지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대만처럼 미국 내 생산량을 기준으로 한 관세 부과가) 현실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추가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메모리 반도체 관세가 높아지면 미국으로서도 손해라는 취지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대만과의 무역 협정 결과를 일종의 기준선으로 보고 협상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한국 기업이 미국 공장 건설에 투자하는 것이 ‘신규 투자’에 포함할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