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폐기
연방기관 대대적 감축, 민간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2기 들어 흑인 여성들이 고용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으며, 일부는 취업을 위해 이력서에 인종을 표기하지 않는 등 고군분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채용이 둔화하고 인공지능(AI)이 지식 노동자를 대체하는 등 고용 시장 상황이 악화한 가운데 특히 흑인 여성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흑인 여성의 실업률은 지난해 초부터 12월까지 크게 상승해 7.8%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대학·대학원 등 고등교육기관을 졸업한 흑인 여성의 취업률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NYT는 전했다.
진보 성향 미국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EPI)의 노동경제학자 발레리 윌슨은 “흑인 남성이나 다른 여성 집단에서는 이 같은 고용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흑인 여성의 고용만 급격하고 이례적인 감소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공공 부문에서 비중이 큰 흑인 여성 노동자들이 트럼프 정부의 대대적인 연방기관 인력 감축 과정에서 해고된 데다 민간 부문에서도 흑인 여성의 일자리가 크게 감소했다는 점을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폐기를 거칠게 압박한 탓에 민간 기업에서도 관련 직무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NYT 인터뷰에 응한 흑인 여성 전문직 종사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DEI라는 용어를 의도적으로 왜곡해 유능한 흑인들을 해고하는 구실로 삼는 것 같다”며 “DEI 관련 전문가들이 일자리를 잃기 시작했고, DEI 관련 업무를 맡지 않은 흑인 여성들조차 불안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NYT는 트럼프 정부의 이 같은 기조가 구직 활동을 하는 흑인 여성들에게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흑인 여성들은 구직 정보와 조언을 나누는 그룹 채팅방에서 인종과 DEI 관련 경력은 이력서에 적지 않는 게 더 낫다는 등 전략을 공유하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비영리 싱크탱크에서 일하다 지난해 5월 해고된 흑인 여성 에리카 해트필드는 “이력서에 인종을 밝히는 것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NYT에 말했다.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보유한 해트필드는 “지금이 겪어본 것 중 최악의 구직 시장”이라고 말했다.
고용 문제 등을 연구하는 ‘퓨처 포워드 연구소’ 소장이자 하버드대 강사인 안젤라 잭슨 박사는 기업들이 DEI를 고려한 채용을 점점 축소하는 데다 고용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흑인 여성들의 승진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소가 2024~2025년 흑인 여성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자신의 경력 발전 가능성에 낙관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8%로 2년 전(28%)보다 크게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