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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를 축하하기 전에

입력 2026.01.19 19:56

의식적으로 사당역 환승을 피한 지 오래다. 일평균 10만명이 이용하는 사당역의 환승 엘리베이터는 한 대뿐이다. 지하 3층부터 지하 1층까지를 오가는 이 엘리베이터는 종종 가운데 층에서는 승차할 수 없을 정도로 붐빈다. 이 안에서 고래 소리 지르며 싸운 이후에 웬만해서는 돌아가는 길을 택한다.

마음을 단단히 하고 지하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탄 날이었다. 지하 2층, 문이 열리나 더 탈 공간은 없다. 갑자기 고성이 들렸다. “한 번만 양보 좀 합시다! 이 아기 엄마 한 시간이나 기다렸다고!”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지하 3층, 문이 열리자 족히 4m는 늘어선 줄의 사람들이 보였다. 순간 숨이 턱 하고 막혔다.

무슨 용기에선지 나는 내리지 않고 입구에서 한 번만 공간을 만들어달라고 소리쳤다. 사람들이 일제히 항의하기 시작했다. “아가씨 뭐 하는 거야!” “얼른 나와!” 그러더니 내 몸과 휠체어를 밀치며 그 좁은 공간으로 몸을 욱여넣기 시작했다. 나는 악을 써 마련한 공간을 몸으로 지키면서 지하 2층에 다다랐다. 유아차를 밀고 탄 여성 보호자는 빨갛게 달아오른 눈으로 내게 연신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시 지하 3층, 내려온 우리를 본 긴 줄의 사람들은 이제야 상황을 이해했는지 눈을 피했다. 사당역에 가지 않는다고 해서 이 일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크건 작건 이런 일들이 지하철을 탈 때면 수십 번 일어난다.

누군가는 이 문제를 양보하지 않는 비장애인과 그것이 꼭 필요한 장애인의 싸움으로 본다. 또 혹자는 노인들이 너무 많이 지하철을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이 모든 논의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이들 간의 싸움, 누가 덜 필요하고 더 필요한지 무게를 다는 대화가 된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좁은 엘리베이터가 유일한 선택지라면, 우악스럽게 내 자리를 차지해야만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양보’나 ‘배려’의 미덕은 배신당해 지하에 버려지고 만다는 것을. 내 관점에서 엘리베이터가 필요 없는데 굳이 이를 이용하는 사람은 없다. 환승에 3배에서 5배 넘게 걸리는 경로를 누가 선호한단 말인가?

‘드디어 완성했습니다. 모든 역사를 바꾸었습니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하철 전 역사 1역사 1동선 확보 기념행사’를 열었다. 온 기사에 ‘100%’라는 숫자가 강조되었다. 그 숫자의 기준은 서울교통공사 관할 역사라는 것은 차치해도, (여전히 코레일 역사 일부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이 화려한 기념식이 아프게 다가온 이유는 매 순간 조용한 싸움을 벌이는 이들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완성’된 역사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우리가 서로를 미워하게 되는 까닭은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출구가 이 작은 엘리베이터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엘리베이터가 필요한 사람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더 많은 우리가 영원히 이 앞에 줄을 서고 서로를 밀치고 싸울 것이다. 이 엘리베이터를 더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은 이 작은 철가방 안의 지옥을 모를 것이다. 그들은 ‘100%’를 축하하며 이만하면 되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남 일 보듯 눈을 돌리는 그를 미워하지 못하고 내 옆에서 더운 숨을 내뱉는 당신을 미워한다. 당신을 더 미워하게 될 생각을 하니 숨이 막힌다.

김지우 작가·‘굴러라 구르님’대표

김지우 작가·‘굴러라 구르님’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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