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에 나오는 일화다. 농지세와 시장세, 관세를 과도하게 부과한다는 지적이 있자 조세를 담당하던 대영지란 관리가 말했다. “농지세는 그냥 거두고, 관세와 시장세는 올해에는 폐지가 불가능하니 금년에는 경감해주고 내년에나 폐지하겠습니다.”
이를 듣고 맹자가 말했다. “지금 매일 이웃의 닭을 훔치는 자가 있다. 누군가가 그에게 이는 군자의 도리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자 그는 ‘조금 줄여 한 달에 한 마리씩만 훔치다가 내년이 되면 그만두겠다’고 답했다. 그것이 옳지 않음을 알았다면 얼른 그만둬야지, 어찌 내년까지 기다린단 말인가?”
과연 공자의 적통을 이었다고 자부한 맹자다운 이야기다. 공자가, 군자는 잘못하면 고치기를 꺼려 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군자는 대영지 같은 관리를 가리킨다. 지금의 정치인과 공무원에 해당한다. 이들은 국가를 통치하고 세상을 경영하는 위정자다. 맹자는 “옛날의 군자는 잘못하면 바로 고쳤는데 오늘날의 군자는 잘못하면 이를 마냥 지속한다”고 탄식했다. 위정자가 잘못하면 이는 일식, 월식 같아서 백성들이 모두 보았고, 그래서 잘못을 고치면 백성들이 위정자를 우러른다는 것을 옛날의 군자는 알고 있었던 반면, 지금 군자들은 잘못을 거듭 따라할 뿐 아니라 비겁하게 변명이나 늘어놓는다고도 개탄했다.
<시경>에는 이런 말이 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차라리 태어나지 말 것을.” 본래 이 말은 “저 태양은 언제 망하는가? 내 임금 너와 함께 망하리라!”(<서경>)는 말과 함께 폭정에 시달리던 백성의 처절한 절규였다. 그런데 필자는 며칠 전 전직 대통령의 재판을 보다가 불현듯 이 구절이 떠올랐다. 불법 계엄을 온 힘을 다해 막은 시민 덕분에 이 말을 하지 않게 됨이 얼마나 감사한지, 사뭇 뭉클했다.
그러는 한편으로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가 혹 이 말을 뇌까리진 않을까 싶었다. 그는 가장 높은 자리에 있었음에도 잘못을 바로 고치기는커녕 그 어떤 반성도, 사죄도 없었다. 그러한 성품의 소유자라면 권좌에서 쫓겨나 영어의 몸으로 재판을 받는 자신을 두고 “내 이럴 줄 알았다면 차라리 태어나지 말 것을!” 하며 한탄하지 않았을까도 싶다. 시민 입장에서는 어이없기 그지없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