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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우유를 다시 위대하게”…우유가 ‘백인 순혈주의’ 상징이라고요?

입력 2026.01.21 09:00

수정 2026.01.2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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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기자의 소소월드] ‘우유를 다시 위대하게’에 숨긴 시커먼 속마음

소소(小騷)월드: 소소하게 소란스러웠던 세계 이야기를 전합니다

미 백악관 SNS 공식계정 갈무리

미 백악관 SNS 공식계정 갈무리

“우유를 다시 위대하게(Make Whole Milk Great Again).” 미국 백악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유병을 양손 가득 들고 있는 이미지와 함께 우유를 권장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그런데 이 ‘우유 권장 메시지’가 정부의 단순한 식생활 권고를 넘어, 미국 사회의 오래된 백인 순혈주의 논쟁을 소환하고 있다.

백악관이 홍보 중인 전지우유(Whole Milk)는 지방을 제거하지 않은, 우유 본래의 지방 함량(약 3~4%)을 그대로 유지한 우유다.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소비되는 흰 우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미국에서는 지난 10여 년간 공공기관과 학교에서 저지방 또는 무지방 우유만 허용됐다. 전지우유는 과도한 지방 섭취의 상징처럼 취급됐고, ‘제거된 지방’은 국가가 관리하는 건강의 언어였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전지우유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 변화는 트럼프 정부가 최근 발표한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ke America Healthy Again)’ 식품·보건 정책과 맞물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가공식품과 저지방 위주의 기존 영양 정책을 ‘과학이 아닌 이념’으로 규정하며, 자연에 가까운 식품과 전통적 식단을 강조해 왔다. 그 연장선에서 행정부는 학교 급식에서 저지방·무지방 우유만 허용하던 규제를 철회하고, 전지우유 제공을 다시 허용했다. 백악관과 정부 부처 SNS에는 전지우유를 들고 있는 백인 정치인 이미지가 잇따랐다.

문제는 백인 남성과 새하얀 우유 이미지가 반복되면서, 우유가 인종 순혈주의적 상징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논쟁이 노골적인 정치 논쟁으로 가시화된 것은 10여 년 전부터다. 2018년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백인우월주의 단체가 공개 집회나 온라인 공간에서 우유를 과시적으로 마시는 행위를 일종의 정치적 퍼포먼스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성인이 된 뒤에도 유당을 소화할 수 있는 ‘유당분해 능력’이 유럽계 인구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이를 우유를 ‘백인만의 생물학적 특권’인 것처럼 왜곡하는 데 활용했다. 이민자를 향한 “우유를 마실 수 없으면 돌아가라” 같은 문구는 온라인 밈으로 확산됐다.

다만 우유와 백인 정체성의 결합 자체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미국 시사잡지 디애틀랜틱은 우유가 이미 20세기 초부터 ‘이상적인 백인 미국인’을 형상화하는 상징으로 활용돼 왔다고 설명했다. 낙농업계는 백인 농가의 드넓은 들판과 새하얀 우유 이미지를 자연과 조화롭게 번성하던 미국의 원형처럼 제시해 왔다. 1923년 상무장관이던 허버트 후버는 연설에서 우유를 “백인 인종의 성장과 남성성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규정했다. 20세기 후반 들어 이 이미지는 대중문화와 결합하며 더욱 강화됐다. 유명 운동선수와 배우들이 유제품 광고에 등장하며 우유를 힘, 건강, 성공,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포장했다. 디애틀랜틱은 “우유가 20세기 초부터 백인이 중심이던 미국 사회의 질서를 상징해 왔고, ‘누가 미국인의 기준인가’를 암묵적으로 드러내는 문화적 코드로 작동해 왔다”고 짚었다.

그렇다면 우유는 정말 ‘백인’의 상징이 될 수 있을까. 과학적으로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시카고대 진화생물학자 존 노벰브레는 NYT에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주장은 유전학 연구의 노골적인 오용”이라고 지적했다. 성인이 된 뒤에도 우유 속 유당을 소화할 수 있는 유전적 적응은 유럽뿐 아니라 동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도 독립적으로 나타났다. 인종의 우열을 가르는 지표가 아니라, 가축을 키우며 살아온 환경에 대한 적응의 결과라는 것이다. 미 베일러 의과대학 유전학자 데이비드 넬슨은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인종차별적 이데올로기를 뒷받침할 유전적 증거는 없다”고 일축했다.

건강 측면에서도 우유를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하다. 터프츠대 영양학 교수 다리우시 모자파리안은 미 정치전문 매체 더힐에 “유제품 지방은 적어도 중립적이며, 설탕이 첨가된 저지방 제품보다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심장협회 등 다수 의료 단체는 포화지방 섭취에 대한 우려를 유지하고 있다. 우유에 아무리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려 해도 분명한 것은 우유 섭취가 인종적 우월성을 입증하지도, 건강상 이득을 무조건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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