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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손’은 인간 본성이다

입력 2026.01.21 19:40

수정 2026.01.2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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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환의 진화의 창]‘뜨거운 손’은 인간 본성이다

“오케이… 하지만 오늘의 정대만은 최상이다, 산왕.” 만화 <슬램덩크>에서 가드 정대만은 산왕공고와의 경기 초반에 3점 슛을 성공시킨 뒤 손목을 가볍게 풀며 중얼거린다. 이날 ‘손끝에 불이 붙은’ 정대만은 3점 슛을 8개나 넣으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농구 팬이라면 누구나 알지만, 어떤 선수가 가끔 ‘그분이 오시거나’ ‘슛발이 받는’ 날을 맞으면 득점포를 미친 듯이 터뜨리곤 한다. 오늘 뜨겁게 불타오르는 선수에게 패스를 몰아주라고 팬들은 자기 팀 선수들에게 난리다. 이처럼 슛을 연거푸 성공시킨 농구선수는 다음번 시도에도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고 믿는 것을 ‘뜨거운 손(Hot hand)’ 현상이라 한다.

1985년 심리학자 토머스 길로비치 등은 ‘뜨거운 손’이 인지적 오류에 불과하다는 논문을 발표해 전 세계 농구 팬을 어안이 벙벙하게 했다. 정대만이 지금 던지는 슛이 성공할지는 그가 바로 이전에 성공했는지와 독립적으로 결정되는데, 사람들은 무작위적으로 나열된 사건들을 보고 계속 이어지거나 끼리끼리 뭉치는 패턴이 있다고 착각한다는 설명이다. 농구 경기에서 ‘뜨거운 손’이 헛것에 불과한지는 잠시 뒤 이야기하자.

사람들이 무작위적인 자료의 나열에서 과도하게 패턴을 읽어내는 경향이 있음은 다른 스포츠 관람, 온라인 베팅, 주식·부동산 투자, 복권, 도박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1등 당첨자가 여럿 나온 로또 판매점은 ‘로또 명당’이라 불리며 구매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최근에 높은 수익을 잇달아 낸 펀드매니저에게 자금이 구름같이 몰린다. 야구 해설자는 전 타석에서 여러 안타를 친 타자가 등장하면 “저 선수가 오늘 감이 좋거든요”라고 말한다. 심지어 동전 던지기나 카지노 룰렛 게임처럼 무작위성이 명백한 경우에도 착각은 여전히 나타난다. 왜 사람들은 이러한 오류를 저지를까?

2009년 진화심리학자 안드레아스 빌케와 클락 배럿이 함께 쓴 논문에 따르면, 사람들이 무작위 분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전문가들이 냅다 꾸짖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 인류의 진화 역사에서 우리의 먼 조상들이 찾아 헤맸던 천연자원이 순전히 무작위적으로 흩어져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무작위적이지 않으려면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자원이 옹기종기 모여 있을 수 있다. 혹은 자원끼리 꽤 일정하게 떨어져 있을 수도 있다. 영역성이 강해 둥지 사이의 간격을 확실히 지키는 까치처럼 후자도 드물게 있었지만, 조상 인류에게 음식과 연료가 된 대다수 동물과 식물은 대개 특정한 시기와 장소에 모여 있었다. 예컨대, 어느 연못에서 물고기를 낚았다면 낚싯대를 그곳에 또 던지는 게 낫다. 어느 잔디밭에서 네 잎 클로버를 발견했다면 그 주변을 계속 뒤지는 게 낫다. 한마디로, 귀중한 자원은 끼리끼리 뭉쳐서 나타난다고 일단 기본값으로 가정하는 심리적 적응이 인간 본성의 일부로 진화했다. 그저 인간이 어리석어서 생기는 고장이나 결함이 아니다.

스포츠나 금융에서 나타나는 ‘뜨거운 손’ 현상이 마음의 복잡한 설계에서 나옴을 밝히기 위해, 빌케와 배럿은 남미의 수렵-원예민인 슈아(Shuar)족과 미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컴퓨터상에서 자원을 차례대로 찾아내는 실험을 했다. 찾는 자원이 동전의 앞면인 경우, 동전을 100번 던지게 한다. 이때 동전의 앞면이 나올지를 참여자가 매번 예측하게 했다. 물론 성공할 확률은 반반이다. 성공과 실패가 각각 50번씩 나오게끔 컴퓨터가 무작위적으로 배열했다. 동전 외에도 과일, 버스 정류장, 주차 자리 등 여러 종류의 자원을 시험했다.

그 결과, 이번에 자원을 찾는 데 성공했을 때 다음번에도 성공이 이어질 것이라고 참여자가 답할 확률은 50%를 넉넉히 넘겼다. 즉 ‘뜨거운 손’ 현상은 수렵-원예민과 미국 대학생에게서 공통으로 관찰되었다. 후속 연구에서 빌케는 3세에서 10세 사이의 어린이들은 자원이 뭉쳐서 분포한다고 일단 가정하는 성향을 어른보다 더 강하게 지님을 발견했다. 심지어 히말라야원숭이도 ‘뜨거운 손’ 현상을 나타냈다!

농구 경기에서 ‘뜨거운 손’ 현상은 과연 허상일까? 애초에 각각의 슛 시도가 독립적이라는 전제가 성립할 때만 한 선수가 던진 슛들은 무작위적인 분포를 이룬다. 동전이나 룰렛과 달리, 선수의 두뇌와 신체는 바로 전의 성공을 이끈 감각을 기억한다. 자신감과 활력이 다음 슛의 성공 확률을 높여주리라는 추론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많은 과학자가 길로비치의 주장이 틀렸음을 이론적으로, 실증적으로 입증했다. 이제 안심하시라. 농구 경기에서 ‘뜨거운 손’은 있다.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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