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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조사비 기본 10만원 시대

입력 2026.01.21 19:56

수정 2026.01.21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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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휴대폰 화면 위에 뜬 경조사 안내(모바일 부고 및 청첩장)를 보는 순간, 마음이 복잡하다. 겨울이 되면 노인 사망이 급증하기에 부고가 잦다.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누겠다는 마음은 가볍고 묵직한 부담이 짓누른다. 이번달에 몇건이지, 지난번엔 얼마를 냈더라, 안 가면 서운해할까. 이런 생각이 번개처럼 스친다. 지난달엔 경조사비 지출 합계 금액이 100만원을 훌쩍 넘었다. 국민연금 이외 별다른 고정 소득이 없는 내게 경조사비가 점점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되고 있다.

2025년 12월 발표된 ‘카카오페이 2025 머니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축의금 평균 송금액이 최초로 10만원을 넘어섰다. 이는 2019년과 비교해 약 두 배 증가한 수치다. 가장 큰 변화는 이른바 ‘기본 10만원 시대’의 도래다. 물가 상승과 식대 인상으로, 과거 통용되던 5만원 기준은 2025년 들어 사실상 10만원으로 자리 잡았다.

경조사비는 ‘상부상조’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어왔다. 나도 그 가치를 부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지금의 경조사비 문화가 상부상조의 정신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 상부상조란 형편이 되는 만큼 서로 돕는 일이었다. 누군가는 몸으로 돕고, 누군가는 시간을 내고, 누군가는 마음을 보태는 방식이었다. 지금의 경조사비 문화는 다르다. ‘마음만으로는 부족한’ 구조가 되었고, 금액에는 사실상의 기준선이 생겼다. 축하와 애도가 서로의 사정을 헤아리는 일이 아니라, 지켜야 할 가격표처럼 느껴진다.

더 씁쓸한 것은, 그렇게 모인 돈의 상당 부분이 진짜 축하와 위로가 아니라 과한 상혼례 비용으로 흘러간다는 사실이다. 대형 예식장, 장례식장, 각종 패키지 상품과 옵션들. 우리는 서로를 돕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과소비를 조장하는 상업적 의례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주고받고 있다. 개인에게는 부담이고, 공동체에는 의무감에 피로만 쌓이는 구조다.

이제는 이 문화에 질문을 던질 때가 되었다. 정말로 10만원이 아니면 마음은 전달되지 않는 걸까. 꼭 참석하고 봉투를 건네야만 관계가 유지되는 걸까. 상부상조의 본래 의미는 서로의 처지를 헤아리는 데 있지 않았나.

나는 앞으로 경조사를 대하는 방식을 다르게 하려 한다. 형편에 맞게 금액을 줄이고 직접 참석하기보다 진심을 담은 연락으로 대신하고, 형식보다 관계를 우선에 두려 한다. 이것은 인색해지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나의 형편에 맞게 지속 가능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다.

경조사 문화의 변화는 개인의 결단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 먼저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지금, 소득이 줄어드는 은퇴 세대에게 과거의 기준을 그대로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나의 이런 결심도 누군가에게는 오해와 미움을 받을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해하고 공감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용기 내어 동참하기를 바란다.

경조사는 거래가 아니라 호혜와 선물의 장이어야 한다. 금액이 아니라 마음이 중심이 되는 방식, 각자의 형편이 존중받는 문화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 우리에겐 더 많은 돈이 아니라, 이 불편한 현실을 직시하고 바꾸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김수동 탄탄주택협동조합 이사장

김수동 탄탄주택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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