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22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혁신당에 합당을 제안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혁신당에 “우리와 합치자. 6·3 지방선거도 같이 치렀으면 좋겠다”고 합당을 제안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국민·당원 의견 수렴 후 합당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두 당의 합당 논의는 정치적 뿌리나, 지난 총선·대선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에 힘을 모은 정치적 궤적의 귀착점일 수 있다. 하지만 4개월 앞 지방선거 외엔 전격적이고 돌연한 합당론이 뜨악한 감도 없지 않다. 두 당은 지금 왜 합당이 필요한지, 명분·비전은 무엇인지 국민 앞에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그게 두 당의 당원들과 지난해 총선에서 각 당을 지지한 국민들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표면적 명분은 ‘이재명 정부 성공’과 범진보 진영의 ‘정권 재창출’이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보의 ‘표 결집’이 필요했을 테고, 혁신당은 원내 12석 정당이면서도 비교섭단체인 한계가 동인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합당을 고민하는 동기는 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국민이 공감하고 지지하는 대의는 되지 못한다.
오히려 양당 합당으로 인한 우려점이 적지 않다. 중도보수로 외연을 확장 중인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과 달리 혁신당은 원내 3당으로 나름의 진보적 소명을 자임해왔다. 민주당이 머뭇거려온 차별금지법과 사회권 입법화, 개헌, 부동산·조세 정의 등 진보적 의제들을 공론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지난 총선에서 이런 ‘진보의 쇄빙선’ 약속을 보며 표를 준 유권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가치들을 혁신당과 민주당은 합당 후 어떻게 매듭지을지 답해야 한다.
두 당의 합당은 지금도 국회를 만성적 기능부전 상태로 만들고 있는 거대 양당의 대결적 과점 정치를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따라서 정치개혁·개헌 등에 대한 공동 비전도 내놓아야 한다. 이런 숙의 과정이 없는 선거 앞 합당은 그저 선거용 정치공학에 불과하다.
두 당의 합당이 의미를 가지려면 ‘가치의 합당’이어야 한다. 합당하면 정치가 어떻게 좋아질 수 있는지 국민과 당원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를 위해선 각 당 내부의 민주적 토론과 국민 의견 수렴 과정 또한 필수적이다. 그게 특정인의 이해관계 논란을 넘어 국민과 당원들을 두려워하는 공당의 자세일 것이다. 두 당은 선거 승리든, 정권 재창출이든 궁극적 목적은 정당이 대변하는 가치의 실현을 통해 국민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