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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검찰

입력 2026.01.22 19:45

법무부 장관 정성호.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힘주어 말했다. 국회에서였다. “이재명 정부 검찰은 다릅니다.” 국회의원을 다섯 번이나 했지만, 눈에 띄는 의정활동은 없던 사람이다. 그가 주목받은 유일한 대목은 이재명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라는 게 전부였다. 그가 “검찰제도 자체가 다 나쁘거나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며 언성을 높이는 장면은 희한했다. 얌전했던 사람이 성질을 부려서가 아니라, 말 자체가 너무 이상했기 때문이다.

정성호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 와중에 국회의원이 되었다. 이때부터 2008년을 제외하고 내리 국회의원이었다. 20년 넘게 국회에 있었으니 헌정사를 온몸으로 겪었을 텐데도 이런 말을 서슴지 않는 게 놀라웠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이명박 정부의 검찰’이겠지만, 그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 노무현 정부의 검찰이던 사람들이었다. 검찰은 집요했다. 직전 대통령까지 죽음으로 내몰 정도로 막강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을 시도한 대통령에 대한 복수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모욕적으로 기소한 것도 직전까지 문재인 정부의 검찰이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딸의 전남편에게 뇌물을 받았다는 듣기조차 민망한 일이 있었다며, 문 전 대통령에게 범죄자 낙인을 찍었다. 검찰은 야비했다. 검찰이 야당 정치인 이재명에게 했던 일은 참혹했다.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의 검사들은 오로지 이재명을 죽이기 위해 광분했다. 검찰이란 국가조직이 정치보복에만 열심이었지만, 누구도 통제할 수 없었다. 검찰은 내내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었다.

정성호가 정계에 입문하던 때부터 지금까지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그리고 이재명 정부에 이르기까지 검찰은 내내 똑같았다.

법무부 장관 앞에서야 검찰이 마치 순한 양처럼 굴고, 바짝 엎드려 있겠지만 이게 이재명 정부에서만 보이는 별난 모습은 아니다. 검찰은 매번 그랬다. 국민적 지지가 높은 정권 초기, 검찰은 언제나 정권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집권 중반기를 넘어서며 사뭇 달라졌다. 윤석열 ‘검사독재정권’ 때야 정권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충성을 다했지만, 검찰이 보여준 패턴은 대개 비슷했다.

이재명 정부라고 해서 검찰이 달라질 이유는 하나도 없다. 집권 초기라 바짝 엎드린 척하고 있을 뿐, 지지율이 낮아지거나 집권 후반부가 되어 집권 세력의 힘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검찰은 숨겨왔던 칼을 휘두르며 도발을 감행할 것이다.

검사를 맘껏 부릴 수 있는 법무부 장관 입장에서야 검사들이 얼마든지 통제 가능하며 언제든 자신의 의도대로 끌고 갈 수 있는 사람들로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전혀 딴판이다. 당장 법무부만 해도 그렇다. 장관을 제외한 중요 보직, 조직도의 윗선을 차지한 사람은 모두 검사들이다. 차관만 전직 검사일 뿐, 기획조정실장, 법무실장, 검찰국장도 모두 검사 출신이다. 법무부는 검찰 사무만이 아니라 일반 법률 사무에다 인권, 출입국, 교정, 보호 등 다양한 업무를 하는데도 윗선과 핵심 보직은 죄다 검사들 차지다. 게다가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민정비서관도 모두 검사 출신이다.

이재명 정부에서도 검사들은 대검찰청을 넘어 법무부와 청와대의 여러 중요한 길목에 터 잡고 앉아 힘을 쓰고 있다. 다만 현직 대통령이 오랫동안 검찰에 치도곤을 당한 데다 다부진 국정장악 능력을 갖고 있기에 움찔하는 척하고 있을 뿐이지, 검사들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검찰이 변했다는 근거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정성호의 발언은 순진과 오만이 섞여 있는 무책임한 언동이다.

특검 파견 검사들이 항명 사태를 일으키고, 경찰이 신청한 전광훈에 대한 구속영장을 별다른 이유 없이 반려했다. 내란 세력에는 살뜰하게 불구속 원칙을 지키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민생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는 예전의 모습에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위대한 국민 덕에 내란을 극복하고, 검사독재정권을 넘어 국민주권정부 시대를 열었다. 이재명 정부의 역할이 검찰개혁에서만 맴돌 수는 없는 일이지만, 검찰개혁이 이재명 정부의 중요한 책무라는 사실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국민적 과제, 시대적 요구를 대충 넘길 수는 없다. 법무부 장관 정성호와 청와대 민정수석 봉욱 같은 사람들이 검찰개혁을 엉뚱한 방향으로 둔갑시키고, 개혁 자체를 좌초시키는 일이 반복되면 안 된다. 검사들에게 휘둘리거나, 평생 검사였던 사람이 검찰개혁을 좌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대통령 말처럼 검찰개혁은 국회에서 매듭짓는 게 맞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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