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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우리 역사문화공원 걷는 길

입력 2026.01.22 19:47

수정 2026.01.22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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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갑수의 일생의 일상]망우리 역사문화공원 걷는 길

병오년 사소한 결심 중의 하나는 산에 갈 기회가 있다면 무조건 가겠다는 것이다. 휴일의 달콤한 늦잠 개고 이불 바깥으로 몸 빼내긴 어려워도 그래도 사실 이만큼 개운한 것도 없다. 새해 첫날의 선자령에 이어 관악산, 심학산 등 주말이면 그래도 지붕을 벗어났다. 오늘은 아차산에서 용마산, 망우리까지 걷는 길.

망우리라면 얼룩진 시대를 통과한, 위대하나 불우했던 인물들을 통해서 모를 수 없는 장소다. 시나 소설이 아니더라도 이 공동묘지는 언젠가 누구나의 종점인 처연한 북망산천의 한 지표로 내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망우리라는 이름에는 죽음의 그늘이 짙은 듯하지만 그보다는 물망초의 ‘망’처럼 근심을 잊는다는 뜻이다. 이성계가 묻힐 장소를 정하고 생평(生平)의 숙제를 다한 느낌으로 지었다는 이름, 忘憂里.

공동묘지라 비석이 즐비한 장소를 생각했지만 그런 상투적인 동네가 아니었다. 파란만장했던 삶을 그나마 위로하듯 사후의 안식을 잘 받들고 있다. 이제야 비로소 안온한 휴식을 취하는 듯 무덤 둘레마다 보리밭 사잇길처럼 서로 통하는 마실길이 정답기만 하다. 그러나 찬 바람 부는 공중에는 휘청휘청 이런 현수막. “2023년 1월31일자로 망우리공원 내 모든 분묘는 사용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계속 사용을 원하시는 분은(…)” 저 글월이 어디 산 자에게만 해당하랴. 죽어서도 감당해야 할 일은 이렇게 끈질기고 멀구나.

망우리 묘지에서 이승의 도심까지는 제법 멀다. 아스팔트 길을 따라 우리는 오늘 살아서 길게 내려와 예의 삼겹살집을 찾는다. 얼어붙은 마음에 고기 굽는 소리. 오전에 그렇게 발을 놀렸기에 이렇게 귀에 걸 수 있는 오후의 소리. 한쪽에서는 벌써 오늘 벌어들인 걸음 수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아침에 현관을 출발해서 식당까지 걸었으니 이만 보에서 조금 모자란다.

사타구니 밑에서 나오는 걸음이야 나오자마자 뗏목 아래 냇물처럼 흘러가는 것. 더 짜릿한 숫자가 있다. 오늘 두 뺨만 한 발바닥으로 디딘 흙 넓이를 모으면 얼마나 될까. 언젠가 망우리 같은 다정한 묘지 밑의 나라로 입국할 때 내 덮을 누비이불은 되지 않을까. 앞으로 더 저축하면 널따란 지붕에 텃밭 딸린 집 하나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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