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30일 공감 토론회 개최···박정희 친필 휘호비 등 ‘역사적 흔적’ 공론화
한라산을 횡단해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연결하는 5·16로. 제주관광공사 제공
군사 쿠데타를 기념했다는 논란이 이어져 온 제주 대표 간선도로 ‘516로’의 명칭 변경을 둘러싼 공론화 절차가 다시 시작된다.
제주도는 오는 30일 오후 4시 제주시 농어업인회관 대강당에서 ‘516로 도로명 변경 도민 공감 토론회’를 연다고 26일 밝혔다. 토론회는 한라산을 관통해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516로의 역사적 배경을 공유하고 도로명 변경에 대한 도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516로는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 입구 사거리에서 서귀포시 토평동 비석거리 교차로까지 이어지는 약 31.6㎞ 구간으로 한라산을 가로질러 제주를 남북으로 잇는 핵심 도로다.
일제강점기에는 목재 운송을 위한 임도로 활용되다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60년대 국토건설단이 투입되며 본격적인 확장·정비가 이뤄졌다. 1969년 개통된 이후 5·16 군사정변 직후 건설이 추진됐다는 이유로 ‘5·16도로’라는 명칭이 붙었고 박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를 음각한 도로명 비도 세워졌다. 이 명칭은 2009년 도로명 고시를 통해 ‘516로’로 공식화돼 현재까지 도로명 주소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평화의 섬’을 표방하는 제주에서 군사 쿠데타를 연상시키는 도로명을 유지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에는 516도로 기념비에 ‘독재자’라는 붉은 글씨가 적히는 등 사회적 갈등의 상징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실제 명칭 변경까지는 높은 제도적 문턱이 있다. 현행 도로명주소법에 따르면 도로명 변경을 위해서는 해당 주소 사용자 5분의 1 이상이 신청하고 이후 주소 사용자 과반수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
현재 516로 주소 사용자는 1238명이다. 서귀포시가 2018년에도 의견 수렴에 나섰지만 주민 이해관계와 행정 부담 등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번 토론회는 양정필 제주대 사학과 교수의 발제로 시작되며 황경수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는다. 장태욱 시민독립언론 ‘서귀포사람들’ 기자, 김지영 건국대 교수, 이용관 한국국토정보공사 제주지역본부장 등이 패널로 참여한다.
제주도 관계자는 “도로명 변경은 도민 생활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충분한 논의와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다음 달 서귀포시에서 2차 토론회를 연 뒤 주민설명회와 설문조사를 거쳐 향후 추진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