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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는, ‘검사 없는 나라’를 상상한다

입력 2026.01.26 19:43

수정 2026.01.2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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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신년 회견을 하고 있다(왼쪽).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하고 있다(오른쪽).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신년 회견을 하고 있다(왼쪽).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하고 있다(오른쪽). 경향신문 자료사진

명쾌했다. 닷새 전, 이 나라 사법에 서울중앙지법 이진관 재판부가 획을 그었다. 12·3 비상계엄은 ‘위로부터의 내란’이었다. 대통령과 고위 관료·군인들이 헌법·민주주의를 짓밟은 폭동이고, 장기독재를 획책한 친위쿠데타라 했다. 계몽령 타령에 내린 철퇴였다. ‘국무회의 부의장’ 한덕수에겐 막아야 할 내란을 수행(부작위)한 엄벌, 징역 23년이 떨어졌다. 시민과 세계사에 미친 충격파는 1979년 전두환 군사반란보다 크다는 설시(說示)대로, 2인자 1심 형량도 한덕수가 노태우(22년6개월)보다 높았다. 윤석열 무리는 모골이 송연했을 게다. 내란 단죄 기준점 세우고, 물 흐르듯 가라 한 법(法)의 존재 이유·힘을 보여준 기념비적 판결이다.

그로부터다. 뻘쭘할 이 많다. 지귀연·조희대뿐일까. 윤석열과 절연 못한 장동혁류뿐일까. 아예, 고개도 못 들 집단이 있다. 윤석열 폭주와 김건희 대통령놀이를 떠받친 ‘친위부대’, 검찰이다. 그 검찰은 1월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검찰청 폐지’ 입법 넉 달 만에,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경찰의 형사사법체계를 정밀 설계하는 대작업이다.

원칙은 섰다. ①검찰의 수사·기소 독점을 분리하고 ②민생과 직결될 수사역량 지키며 ③사정·수사기관 서로 견제하고 ④정치적 중립과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보름 전 정부안 입법예고 후 쟁론은 ‘괴물 중수청’으로 시작됐다. 검사 유인책인 수사사법관과 전문수사관으로 이원화하고, 검찰보다 넓은 9대 범죄 수사하며, 수사기관 중복수사 시 우선권 준 게 쟁점이다. 수사 개시 후 공소청에 통보하나 ‘양쪽 검사’가 수사관 지휘하는 틀은 그대로다. 더 힘세진, 제2의 ‘검찰 특수청’ 시비를 비켜갈 수 없다. 이직한 검사와 수사관을 1~9급 직무 따라 일원화하고, 수사범위는 경찰 국수본과 나눠 더 전문화하고, 중수청·공소청은 공간을 분리해야 한다.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 대치도 가닥 잡혔다. 존폐의 사잇길은 이재명 대통령이 텄다.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 후 경찰 미제 사건이 29%(365만건→470만건) 늘고, 형사사건 평균 처리 기간도 2.2배(142일→312일) 지체됐다. 대통령도 그 해법을 물은 것이다. 향후 형사소송법에서 매듭지을 틀은 기속력(수사 기한·징계 명시) 높인 보완수사요구권과 늦게 송치된 사건은 공소청 검사가 예외적·제한적으로 보완수사하는 그 어디쯤이 될 듯싶다.

검찰은 1948년 출범 후 세 고비가 있었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때 한격만 검찰총장은 ‘검사는 기소권만 주자’ 했으나, 국회 법사위는 일제 순사 악몽을 떠올리며, 검사에 수사 주도권 주고 훗날 기소·수사를 분리하자고 일단락지었다. 두번째 변곡점은 1987년, 경찰·정보기관에 밀리던 검찰은 민주화된 세상에서 사정권력 축이 됐다. 그리고 올해 대수술을 다시 앞뒀다. 단칼에 끝낼 왕도는 없고, 답은 디테일에 있다. 1954·1987년 초심 새기고, 경찰과 중수청 수사 역량 살피며, 형사사법은 부단히 완성해가야 한다.

다 검찰의 업보다. 법비(法匪·법도둑) 소리 나온 게 1990년대부터다. 권력 앞에선 칼이 휘고, 표적·별건 수사하고, 선후배·전관 라인 짓고. 내부 거악엔 관대했다. 윤석열을 좇고, 검찰국가 만끽하고, 끝까지 그를 구하려다 정치검사들은 파국을 맞았다. 그후에도 특검에서 태업하고 선택적 검란(檢亂) 일으킨 이들 아닌가. 멀었다. 켜켜이 쌓인 공분 모르고, 기득권만 버티고 움켜쥐려다가는 국민 눈 밖으로 영영 내동댕이쳐질 수 있다.

방첩사가 해체된다. 여인형이 내란으로 끌고 들어간 그 부대다. 1977년 보안사부터 기무사·안보지원사·방첩사로, 문제 터지면 고쳐 쓰다 49년 만에 문 닫는 것이다. “썩은 나무로 집 못 짓는다.” 안규백 국방장관 일갈처럼, 해체 사유도 정치적 중립·인권은 못 지키고 특권집단이 된 거였다. 그대로 검찰 얘기다. 윤석열식 검찰주의자 집권 시 또 검찰짓 할 거라는 불신도 그 때문에 깊다. 검찰개혁 제1 목표는 그 질긴 정치질로 돌아가는 길을 영구히 끊는 것이다.

해서, 상상한다. 공간처럼 호칭도 의식을 지배한다. 헌법에 임기·신분 보장된 판사는 헌법기관이고, 영장 청구 일만 적시된 검사는 법률기관이다. 헌법에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한 공직엔 검찰총장 만이 아니라 군참모총장·국립대총장·대사도 있다. 개헌 때 헌법 속 ‘검찰총장’ ‘검사’ 빼버리고, 사정기관마다 제각각 검사가 하던 일은 있고, 무소불위 권력과 오욕의 대명사 ‘검사’는 없는 나라로 새출발했음 싶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 읊는 정치인을 요새 곧잘 본다. 지방선거도 있는 이재명 정부 2년차다. 5극3특 행정통합, 코스피 5000, 산재 줄이기, 정년 연장, 핵잠수함·전시작전권까지 원년 삼고 갈등하고 속도 낼 일이 쌓인다. 형사사법체계도 원년을 맞는다. 우직하고 내실 있게, 범의 눈으로 소처럼 가야 한다.

[이기수 칼럼] 끝내는, ‘검사 없는 나라’를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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