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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숨결을 기억하는 나무

입력 2026.01.26 19:56

수정 2026.01.26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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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신현동 회화나무

인천 신현동 회화나무

청라지구의 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인천 서구 신현동의 좁은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면 초록의 빈터가 나타나고, 뜻밖에 웅장한 회화나무 한 그루를 만나게 된다. 천연기념물인 ‘인천 신현동 회화나무’다.

500년쯤 살아온 이 나무는 나무높이 22m, 가슴높이 줄기둘레는 5.6m나 되는 거목이다. 사방으로 펼친 나뭇가지에는 회화나무 특유의 기품이 담겼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회화나무의 하나이지만, 주변 건물에 눌려 위용은 온전히 드러나지 않는다.

오래전 이 자리는 사람들이 농사로 살림을 잇던 곳이었다. 그러나 농부들이 모두 떠난 지금 나무가 서 있는 자리의 풍경은 옛 모습을 떠올리기 어렵게 바뀌었다. 상전벽해다. 수시로 드나드는 도시 사람살이가 그렇듯 농경문화의 흔적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무만이 옛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너른 논밭 한가운데에서 풍요를 지켜주는 수호신이었던 이 나무를 바라보며 옛사람들은 농사의 풍흉을 예측했다. 한여름 우윳빛 꽃이 나무의 위쪽부터 피어나면 풍년이, 거꾸로 아래쪽부터 피면 흉년이 든다고 믿었다. 경험에 따른 예측이지만, 벼 이삭 무르익을 시기에 햇볕 잘 들면 꽃이 나무 위쪽부터 피어나고, 햇볕이 부족하면 고르게 피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과학적으로도 합리적인 추측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인천시에서는 나무를 오래 지키기 위해 주변 도로에 ‘신현동 회화나무길’이라는 명예도로명을 붙였다. 나무가 기억의 서사로 남았다는 증거다. 마을의 서사는 사람의 돌봄으로 이어져야 한다. 나무 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맡겨진 숙제다.

나무는 농촌에서 도시로의 변화를 기억하는 유일한 생명체다. 인천 신현동 회화나무를 돌아보는 건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자, 다가오는 삶의 결을 가늠하는 일이다. 세월의 풍진을 장하게 버텨온 나무가 다시 1000년을 이어 기품을 유지하도록 지키는 건 도시의 품격을 증명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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