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전통한지 졸업장. 전주문화재단 제공
졸업 시즌을 맞은 전북 지역 학생들에게 ‘천년의 숨결’을 품은 특별한 졸업장이 전달되고 있다. 지역 문화유산인 전주 전통한지가 박물관을 벗어나 학생들의 삶과 성장을 기록하는 일상 속 기록물로 활용되고 있다.
전북 전주문화재단은 지역 한지장들이 제작한 전통한지로 졸업장을 만들어 지역 학교에 보급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에 전통한지 졸업장을 전달받은 곳은 초등학교 8곳과 중학교 1곳 등 모두 9곳이다.
전통한지가 졸업장으로 선택된 이유는 뛰어난 보존성 때문이다. 시중에서 쓰이는 목재 펄프지는 화학 처리 과정에서 산성화돼 시간이 지나면 황변과 함께 쉽게 훼손된다. 반면 닥나무 껍질을 주원료로 한 전통한지는 대표적인 ‘중성지(alkaline paper)’로 섬유질이 길고 질겨 내구성이 뛰어나다. 외발뜨기 공법으로 제작돼 통기성과 습도 조절 능력도 우수하다.
전주문화재단 관계자는 “전통한지는 pH 농도가 중성에 가까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멋이 살아난다”며 “디지털 시대에도 천 년을 견디는 물리적 기록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주문화재단은 2017년부터 전북 지역 260개 학교에 ‘전주 전통한지 초등학교 지역사회 교과서’ 1만1735부를 배포하는 등 교육 현장에서 한지 활용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교과서에 실제 색한지를 삽입해 학생들이 직접 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 점도 특징이다.
주용찬 전주문화재단 연구원은 “상장이나 졸업장은 한 번 제작하면 오래 간직하는 기록물인 만큼 내구성이 뛰어나고 고급스러운 전통한지가 적격”이라며 “졸업장 제작을 담당하는 일선 학교 교사들의 호응도 매우 좋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상장과 인증서, 학교 행사 기록물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