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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CCTV

입력 2026.01.27 18:12

수정 2026.01.2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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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시민들이 알렉스 프레티를 추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시민들이 알렉스 프레티를 추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지난 24일(현지시간) 연방 이민단속 요원들의 총격으로 숨진 앨릭스 프레티의 진실을 밝힌 것은 시민들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프레티를 ‘테러리스트’(크리스티 노엠)로 조작하려 했다. 하지만 진실 은폐 시도는 시민들의 고발 영상 앞에서 힘을 잃었다. 영상을 보면 프레티를 둘러싼 요원 중 한 명이 길바닥에 쓰러진 그의 허리춤에서 총을 회수한 몇초 후 다른 요원들이 10여발을 쏘았다. 가히 공권력의 ‘시민 살해’라 할 만하다.

영상은 시민들이 연대한 ‘ICE(이민세관단속국) 감시단’이 공개한 것이다. 시민들은 순찰조를 짜서 이민단속 요원들을 거꾸로 감시하고 영상으로 기록한다. 이를 SNS로 공유하며 더 많은 시민과 연결한다. 시민 한 명 한 명이 ‘움직이는 폐쇄회로(CC)TV’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폭주하던 권력은 통제되지 않는 인간 정신의 저항에 위기를 맞았다. 프레티 영상 공개 후 여야를 넘어 비난이 고조되고, 반정부 시위가 전국적 확산 조짐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폭력적 단속으로 비판받아온 그레고리 보비노 국경순찰대장 대신 이민단속 총책임자 톰 호먼을 현지로 보내며 한발 물러섰다. 연방정부 차원의 조사까지 수용했다. 미니애폴리스를 ‘진보 도시 손보기’ 실험실로 삼으려던 트럼프의 욕망은 제동이 걸렸다.

CCTV 등 영상기술은 ‘도시의 빅브러더’로 감시사회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미니애폴리스에선 ‘걸어다니는 CCTV’가 역설적으로 권력의 부정의를 견제하는 수단이 되었다. 그걸 가능케 한 건 ‘연결·연대’의 힘이다. 이념이 없는 기술은 결코 권력의 것만이 될 수 없다. 그저 권력이 이념의 딱지를 붙여 독점하려 욕심낼 뿐이다. 통섭학자 최재천 교수는 <숙론>에서 “정부는 정책을 만들고 국민은 대책을 만든다”고 비꼬았는데, 미니애폴리스만큼 딱 들어맞는 사례도 없다 싶다.

기술의 미래가 유토피아일지, 디스토피아일지도 결국 그것을 대하는 인간 의지와 태도에 달렸다. 독점하고 지배할 것이냐, 연대하고 나눌 것이냐. 미니애폴리스 시민들의 저항에서 영화 <터미네이터> 속 인공지능(AI) 스카이넷에 맞서 반란군 인류가 꿈꾼 ‘기술 해방’의 가능성을 본다면 과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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