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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영상 속 르네는 단속 현장을 피해 차를 돌려 달아나던 중이었고, 앨릭스의 손에 들린 건 권총이 아니라 휴대전화였거든요.

한 요원이 앨릭스의 허리춤에 있던 총을 이미 회수한 뒤였는데도, 다른 요원들은 그를 향해 10발 넘는 총격을 가했습니다.

진실이 밝혀질 수 있었던 건 요원들의 동선을 기록하는 'ICE 감시단'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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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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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은 가짜, 내 말을 믿어라”…미국판 ‘날리면’ 사태가 벌어졌다

입력 2026.01.28 07:00

  • 유설희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점(사실들) : 시민들이 CCTV가 됐다

선(맥락들) : 영상 있는데도 ‘악마화’ 멈추지 않는 이유

면(관점들) :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는 단단한 마음

배우 내털리 포트먼이 지난 24일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 에클스 센터 시어터에서 열린 선댄스 영화제 에 참석한 모습. 가슴에는 ‘ICE OUT(이민세관단속국 퇴출)’ 핀을 달았다.  AP연합뉴스

배우 내털리 포트먼이 지난 24일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 에클스 센터 시어터에서 열린 선댄스 영화제 에 참석한 모습. 가슴에는 ‘ICE OUT(이민세관단속국 퇴출)’ 핀을 달았다. AP연합뉴스

“지금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은 정말 끔찍합니다.”

배우 내털리 포트먼이 최근 선댄스 영화제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던진 일침입니다. 가슴에는 ‘ICE OUT(이민세관단속국 퇴출)’ 핀을 달았죠. <반지의 제왕>의 배우 일라이저 우드도 “함께하겠다”며 목소리를 보탰습니다.

축제의 장이어야 할 영화제마저 분노로 물든 건, 최근 미네소타에서 벌어진 두 건의 비극적인 총격 사건 때문입니다. ICE 요원들이 무고한 시민들을 잇따라 사살했다는 소식에 미국 전역이 들끓고 있습니다. 대체 현장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왜 이토록 강경한 진압을 멈추지 않는 걸까요? 오늘 점선면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사건 현장 속으로 가보겠습니다.

점(사실들): 시민들이 CCTV가 됐다

첫 번째 희생자는 세 아이의 어머니이자 시인이었던 37살 르네 니콜 굿이었습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차를 운전하다 세 발의 총탄을 맞고 숨졌죠. 정부는 정당방위였다고 발표했어요. 르네가 차를 몰고 요원들에게 돌진하려 했다는 겁니다.

두 번째 희생자는 간호사였던 37살 앨릭스 제프리 프레티입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이민 단속 반대 시위 현장에 있던 그는 요원들에게 사살당했습니다. 앨릭스가 권총으로 요원들을 위협하며 격렬히 저항했다는 게 당국의 주장이에요.

하지만 이 모든 주장은 시민들이 촬영한 영상으로 단숨에 뒤집혔습니다. 영상 속 르네는 단속 현장을 피해 차를 돌려 달아나던 중이었고, 앨릭스의 손에 들린 건 권총이 아니라 휴대전화였거든요. 한 요원이 앨릭스의 허리춤에 있던 총을 이미 회수한 뒤였는데도, 다른 요원들은 그를 향해 10발 넘는 총격을 가했습니다.

진실이 밝혀질 수 있었던 건 요원들의 동선을 기록하는 ‘ICE 감시단’ 덕분입니다. 현재 미니애폴리스 시민들은 순찰조를 짜서 이민 단속 요원의 동선을 감시하고, 누군가를 체포하는 모습을 보면 즉시 채팅방 등을 통해 장소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시민 한 명 한 명이 모두 움직이는 폐쇄회로(CC)TV가 되어 공권력을 감시하고 있는 셈입니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한 시위자가  ‘ICE OUT(이민세관단속국 퇴출)’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한 시위자가 ‘ICE OUT(이민세관단속국 퇴출)’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선(맥락들): 영상 있는데도 ‘악마화’ 멈추지 않는 이유

명백한 영상이 있는데도 트럼프 행정부는 ‘희생자 악마화’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더 교묘해지고 있죠. 그레고리 보비노 국경순찰대 지휘관은 르네와 앨릭스를 “법 집행관의 생명을 공격한 두 명의 용의자들”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앨릭스를 ‘법 집행 시스템을 파괴하려는 암살자’라고 불렀고요. 크리스티 노엠 국토안보부 장관은 그를 ‘국내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했습니다.

트럼프 지지층과 우익 매체들은 전체 영상 중에 유리한 장면만 골라 유통하면서 본질을 흐리는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요원들이 총을 쏘기 직전 주변 시민들이 거칠게 항의하며 욕설을 퍼붓는 장면만 편집하는 식입니다. 지지자들은 이를 보면서 “사망자들이 자초한 일”이라고 믿고 싶은 대로 믿게 됩니다.

사실 이런 여론몰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의 승리를 ‘부정선거’ 프레임으로 뒤집어 지지층을 결집시켰던 성공 경험이 이번에도 그대로 쓰이고 있는 겁니다. CNN은 “2020년 대선 조작설을 통해 이념적으로 편향된 언론과 온라인 여론몰이를 활용해서 특정 이야기를 일찍부터 퍼뜨리고 반복하면, 반대 증거를 믿지 않는 대중을 설득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이미 터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26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NBA 농구 경기 후반전 중, 팬들이 “지금 당장 ICE 퇴출(ICE OUT NOW)”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6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NBA 농구 경기 후반전 중, 팬들이 “지금 당장 ICE 퇴출(ICE OUT NOW)”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면(관점들):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는 단단한 마음

권력이 이처럼 진실마저 사유화하려고 들 때 민주주의는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니애폴리스를 타깃으로 삼은 이유는 분명합니다. 진보 성향이 강한 이민자 커뮤니티를 위축시켜 투표율을 떨어뜨리려는 고도의 정치적 장치라는 분석이 나와요.

“눈으로 보는 것을 믿지 말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이 느껴집니다. 저는 윤석열 정부의 ‘바이든-날리면’ 사태가 떠올랐습니다. 당시 우리는 권력으로부터 ‘들리는 것을 믿지 말라’고 강요당했으니까요. 12·3 불법계엄 이후 윤석열씨가 부정선거 의혹을 퍼뜨리며 탄핵을 피하려 했던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복사 붙여넣기’ 수준으로 닮아 있습니다.

결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거창한 혁명이 아니라, 권력이 강요하는 거짓에 휘둘리지 않는 개인의 단단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 마음. 그 내면의 힘이 모일 때 권력의 가짜 서사에도 균열이 생기게 될 겁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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