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덴마크령 그린란드 누크 항구에 선박 한 척이 정박해 있다. 타스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영토 야욕을 계기로 유럽 내 대미 의존성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미국산 가스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았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의 테레사 리베라 경쟁담당 부위원장은 아일랜드 RTE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대한 액화천연가스(LNG) 의존이 과도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리베라 부위원장은 “러시아 가스에 더 이상 의존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분명해졌지만, 그렇다고 미국산 가스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상황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 등으로 에너지 수입원을 다변화해왔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역내에서 러시아산 가스를 단계적으로 퇴출해 2027년 가을부터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전면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산 가스의 대체재로 미국산 가스 수입은 크게 늘어났다. 미국은 EU에 자국산 가스 수입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으며, 지난해 체결된 양측 간 무역 합의에는 2028년까지 미국산 에너지를 7500억달러(약 1074조원) 규모로 구매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 싱크탱크 에너지경제금융분석연구소(IEEFA)는 이달 초 보고서에서 유럽이 미국과의 가스 수입 약속을 모두 이행하면서 화석연료 감축 노력이 충분히 병행되지 않을 경우 2030년에는 EU 가스 수입의 최대 80%가 미국산으로 채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IEEFA에 따르면 지난해 EU의 천연가스 수입량 가운데 미국산 비중은 57%에 달했다.
댄 요르겐센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도 “에너지 공급을 구조적으로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그 의존을 다른 국가로 단순히 대체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