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등을 받는 김건희 여사의 1심 선고가 열린 28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판결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권도현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28일 김건희 여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김 여사가 여론조사를 받아봤더라도 이를 재산상 이득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여사가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하라고 지시하거나 국민의힘 공천 등 확실한 이득을 준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한 민중기 특별검사는 김 여사가 명씨로부터 2021년 6월26일부터 2022년 3월8일까지 여론조사 결과를 58차례 무상으로 제공받아 2억7000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있다며 재판에 넘겼다.
이날 재판부는 “명씨가 피고인 부부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14회 제공한 점,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을 수차례 부탁했던 점 등을 종합하면 명씨가 여론조사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피고인 부부가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닌가 의심이 가긴 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김 여사의 죄는 인정하지 않았다.
먼저 재판부는 김 여사나 윤 전 대통령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직접 지시하지 않은 점을 들었다. 명씨가 자발적으로 자신이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를 홍보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해 이를 전달했을 뿐, 김 여사 부부로부터 지시를 받은 증거는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명씨가 지시를 받았다면 여론조사를 하기 전에 설문내용이나 공표 여부 등을 김 여사 부부에게 보고했어야 하지만, 오히려 명씨가 주도적으로 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 부부가 명씨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점도 무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특검 측 논리대로 명씨가 모종의 이익을 약속받고 여론조사를 제공했다면 이런 내용이 담긴 기록이 남아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명씨는 2021년 4월과 5월 여의도연구원과 여론조사 관련 계약을 할 때는 계약서를 작성했지만, 같은 해 6월 김 여사 부부와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계약 자체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 부부를 만나기 전부터 명씨의 미래한국연구소가 자체비용으로 여론조사를 해왔으므로 이들 부부를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볼 수 없다고도 봤다.
또 재판부는 김 여사 부부가 김 전 의원 공천을 약속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밝혔다. 명씨는 김 여사 외에도 당시 윤상현·이준석 의원 등에게 김 전 의원 공천을 부탁했는데, 김 여사가 공천을 확언했다면 공천을 부탁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김 여사가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이 사건의 공범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 전 대통령도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