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6일 강원 고성 ‘비무장지대(DMZ)평화의 길’ 개방을 앞두고 탐방에 나선 방문객들이 통제요원의 안내를 받으며 해안철책을 따라 걷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군사령부(유엔사)가 28일 비군사적 목적의 비무장지대(DMZ) 출입 권한을 한국 정부가 행사하는 내용의 ‘비무장지대의 보전과 평화적 이용 및 지원에 관한 법률’(DMZ법) 제정안에 대해 “정전협정과 상충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유엔사가 특정 현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유엔사 관계자는 28일 서울 용산기지 드래곤힐로지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DMZ법에 대해 “유엔군사령관의 결정 권한을 모두 부정하고 있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 정부가 정전협정 적용 대상이 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DMZ법에는 생태 조사 등 비군사적·평화적 목적에 한해 유엔사 승인없이 한국 정부 허가만으로 DMZ 출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유엔사 측은 DMZ법이 통과돼 비군사적 목적의 출입에 대한 승인 권한이 한국 정부로 넘어갈 경우 정전협정 위반이 된다고 밝혔다. 유엔사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DMZ법을 바탕으로 유엔군사령관 승인없이 민간인을 DMZ 내부로 출입시키면 이는 정전협정 위반”이라며 “법안이 통과할 경우, 법리적으로 해석했을 때 한국 정부가 정전협정 적용대상 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한국 정부만 아니라 유엔사 등 다른 이해관계자에게도 큰 우려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유엔사 측은 DMZ법에 구조적 모순이 있다는 취지로도 말했다. 출입 승인권 일부를 한국 정부가 행사하도록 하면서도, DMZ 내에서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최종 책임은 유엔군사령관에게 귀속되는 구조가 문제라는 것이다. 한 유엔사 관계자는 “법안을 보면 누가 어떤 목적으로 출입할 수 있는지, 특히 민간인이 출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유엔군사령관의 결정 권한을 모두 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전협정상에 나온 유엔군사령관의 책임과 전혀 상반된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그 활동의 모든 책임은 (유엔군)사령관이 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DMZ법과 정전협정은 공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 비무장지대 출입 관련 규정
정전협정 해석을 둘러싼 한국 정부와 유엔사 간의 입장 차도 재확인됐다. 한국 정부는 정전협정 서문에 “규정의 의도는 순전히 군사적 성질”이라고 명시된 점을 근거로 비군사적 영역까지 유엔사가 DMZ 출입을 통제하는 것은 주권침해라고 본다. 반면 유엔사는 정전협정 8·9·10항을 근거로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나 유엔군사령관의 허가없이는 군사분계선(MDL)과 DMZ에 출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유엔사 관계자는 “정전협정은 유엔군사령관이 민사·행정까지 다 책임지는 것을 명시하고 있고, 후속합의서를 통해 이 권한이 더 강화됐다”며 “지난 70여년간 한국 정부도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군사령관이 DMZ 관할권을 갖고 있다고 인정해 왔다”고 했다.
유엔사 측은 DMZ 방문 48시간 전 사전 통보 규정 등이 자의적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직접 규정이 없더라도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군사령관이 DMZ 내 활동을 통제하고 이를 위한 세부 규정을 제정할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 유엔사 관계자는 “관련 규정은 한국 측과 합의된 사안”이라며 “정전협정이 (유엔사) 활동 범위를 정한다면, 이를 실제로 집행하는 것은 유엔사 규정”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전협정과 상충된다는 것은) 유엔사의 입장인 것이고, 국회가 법을 제정하는 것은 국회 입법부의 권한”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