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쏠린 재생산의 책임과 돌봄 공백, ‘플랫폼의 이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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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그는 "'돈이 없으면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퍼지는 것도 돌봄과 그 외 모든 것을 소비와 시장에 맡기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결과"라며 "아이를 키우고 노인을 돌보는 데 대한 '공적인 요구'에 대한 목소리도 재생산 위기를 포착해낸 플랫폼의 성장으로 지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 강사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공동현관 비밀번호와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사회적 위기를 '공동체적 해결'을 위해 극복해야 한다는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쿠팡 프레시센터에서 직접 일하며 참여관찰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이소진 연세대 사회학과 강사는 쿠팡이 '저임금 고강도 일자리'에 여성 노동력을 활용하는 방식에 대해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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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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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관에서 열린 ‘쿠팡 사태로 본 플랫폼 경제의 젠더정치’ 토론회에서 윤보라 전남대 사회학과 강사(오른쪽)와 이소진 연세대 사회학과 강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성평등노동연구소 소소 제공

여성에게 쏠린 재생산의 책임과 돌봄 공백, ‘플랫폼의 이윤’이 됐다

입력 2026.01.29 14:24

수정 2026.01.2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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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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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관에서 열린 ‘쿠팡 사태로 본 플랫폼 경제의 젠더정치’ 토론회에서 윤보라 전남대 사회학과 강사(오른쪽)와 이소진 연세대 사회학과 강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성평등노동연구소 소소 제공

2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관에서 열린 ‘쿠팡 사태로 본 플랫폼 경제의 젠더정치’ 토론회에서 윤보라 전남대 사회학과 강사(오른쪽)와 이소진 연세대 사회학과 강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성평등노동연구소 소소 제공

[컨트롤+F] 여성에게 쏠린 재생산의 책임과 돌봄 공백, ‘플랫폼의 이윤’이 됐다

늦은 밤 퇴근했더니 아이가 갑자기 내일 학교에 챙겨가야 할 준비물이 있다고 말한다. 동네 상권이 붕괴되고 소규모 자영업자가 사라지며 동네 문구점은 찾아보기 어려워진 지 오래다. 늦게까지 영업하는 대형마트는 운전해서 가야 한다. 가장 쉬운 해결책은 쿠팡 로켓와우 멤버십을 결제한 뒤 새벽배송을 받는 것이다. 이처럼 가사노동과 돌봄, 재생산노동이 일상에서 차지하는 많은 시간을 쿠팡은 획기적으로 감축시켰다. 그렇다면 준비물을 해결할 수 있으니 아무 문제는 없는 걸까.

여성학 연구자인 윤보라 전남대 사회학과 강사는 “돌봄의 공백과 재생산의 위기를 쿠팡과 같은 플랫폼들이 이윤으로 바꿔내고 있다”고 말한다. 장시간 노동과 시간 빈곤, 그로 인해 한계에 다다른 재생산 토대, 여성에게 쏠린 재생산의 책임과 돌봄 공백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냈다는 것이다. 사회적 위기가 자본의 이윤을 만들어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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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성평등연구소 소소’ 주최로 열린 ‘쿠팡 사태로 본 플랫폼 경제의 젠더정치’ 토론회에서 윤 강사는 “재생산의 위기가 자본의 데이터로 하나하나 치환되고 있고, 그 재생산의 위기를 먹고 자란 것이 쿠팡”이라고 말했다. 지방에 사는 노부모를 위한 생필품과 초등학생용 학용품을 구매하는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주부에게 생수 정기배송 할인쿠폰, 명절 부모님 선물세트, 상조서비스 광고를 띄워주는 것 같은 방식이다.

윤 강사는 “돌봄의 공백과 절박한 시간들은 자본의 예측 알고리즘을 가속화하고 고도화하는 무료 데이터로 제공되고 있다”며 “개인의 미시적인 데이터를 빨아들여 이윤 창출의 수단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은 ‘우리 사회의 재생산 위기’가 쿠팡의 기본 동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윤 강사는 이 과정에서 돌봄과 재생산 권리에 대한 공적인 요구를 민주주의적으로 해결하는 길이 잠식되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돌봄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와 같은 시민적 권리를 요구하는 대신 ‘소비’를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2025년 12월 1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건물에 적막이 흐르고 있다.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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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돈이 없으면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퍼지는 것도 돌봄과 그 외 모든 것을 소비와 시장에 맡기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결과”라며 “아이를 키우고 노인을 돌보는 데 대한 ‘공적인 요구’에 대한 목소리도 재생산 위기를 포착해낸 플랫폼의 성장으로 지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 강사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공동현관 비밀번호와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사회적 위기를 ‘공동체적 해결’을 위해 극복해야 한다는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쿠팡 프레시센터에서 직접 일하며 참여관찰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이소진 연세대 사회학과 강사는 쿠팡이 ‘저임금 고강도 일자리’에 여성 노동력을 활용하는 방식에 대해 분석했다. 이 강사는 쿠팡 물류센터가 구조적으로 ‘유순한 노동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수준에서 장시간에 걸친 반복 노동과 휴무일 변동, 불규칙한 연장 노동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강사는 “생계 부양이 가능한 수준의 임금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조건은 결국 여성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인력구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고 말했다.

이 강사는 “최저임금과 유사한 시급을 지급하면서도 잦은 연장 노동을 강제하는 방식으로 노동력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양상은 중년 여성 노동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생산직 노동에서도 관찰된다”며 “최저임금에 기반한 장시간 고강도 노동이 생계부양책임에서 벗어나 있다고 여겨지거나 그 외에는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 여성 노동자들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구조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탄핵광장에서 ‘주7일 배송이 필요없는 소비자모임’ 깃발을 들고 나와 주목을 끌었던 정다울씨는 “플랫폼이 재구조화한 성별분업과 노동차별 하에서 가사노동은 효율화됐지만 사라지지 않았고 물류 노동은 분절화됐으며 그 부담과 혐오는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는 노동자에게 전가됐다”며 “플랫폼의 편리함이 무엇을 기반으로 유지되고 있는지 묻지 않는다면 플랫폼은 계속해서 성차별을 ‘보이지 않게’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 남지원 기자 somnia@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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