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가 지난 28일 김건희씨에게 징역 1년8개월과 추징금 1천281만5000원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1심 법원이 김건희씨 주가조작과 ‘명태균 게이트’ 혐의에 무죄를 선고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본다. 김씨가 주가조작에 가담한 정황이 수두룩하고 김영선 전 의원의 재보선 공천에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육성 녹음파일도 귓가에 쟁쟁한데 설마 무죄를 주랴 싶었을 것이다. 상식과 법리의 아득한 괴리를 보여주는 판례가 추가된 셈이다.
재판부가 무죄 사유로 든 것 중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재판부는 윤석열 부부가 20대 대선 때 명씨로부터 2억7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받은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을 공천했다는 공소사실을 기각했다. 양측이 여론조사에 관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게 한 이유였다. 명씨는 윤석열 부부의 비선 책사였다. 어떤 비선이 ‘주군’과 계약서를 쓰고 일하나. 그리고 정식 계약을 했다면 비용을 청구해 받을 일이다. 모종의 묵시적·암묵적 양해가 있었으니 그 대신 공천을 요구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지 않나.
재판부는 ‘김건희씨가 공천을 약속했다면 명씨가 지속적으로 공천을 부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건 정반대로도 해석 가능하다. 김씨가 약속해놓고도 이행하지 않으니 ‘약속을 지키라’고 채근했을 수 있다. 재판부는 ‘공천은 공심위원들 사이의 토론을 거쳐 투표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석열은 명씨와 통화하면서 “내가 상현이한테 한 번 더 얘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했다. 그 뒤 윤상현 의원은 공관위 회의에서 ‘여성 공천’이 필요하다며 김 전 의원에게 힘을 실었다. 여당 공심위원들 ‘토론’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 그게 대통령 권력이라는 걸 재판부는 모르나. 이런 식으로 혐의를 하나둘 지워버린 결과가 징역 1년8개월이다. 특검 구형량의 9분의 1이다.
우인성 재판장은 “영부인은 대통령 가까운 곳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대통령과 함께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라며 “그에 맞는 처신이 필요하고 높은 청렴과 염결성이 요구된다”고 김씨를 꾸짖었다. 엄한 훈계는 엄한 판결과 맞물려야 울림을 준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이진관 재판장이 그랬다. ‘김건희 재판부’는 어땠나. 형량은 깃털처럼 가볍고, 훈계만 태산같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