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이 29일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했다. 장동혁 대표가 단식을 끝내고 복귀한 뒤 처음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부부를 비방한 익명 게시판 글을 문제 삼은 당 중앙윤리위원회 제명안을 의결·확정했다. 지도부 9명 중 기권 1명과 반대한 친한계 우재준 최고위원을 제외한 7명이 찬성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저를 제명할 수는 있어도 국민을 위한 좋은 정치 열망을 꺾을 수는 없다”며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했다. 전 대표를 익명 게시판 글을 근거로 제명하는 건 민주적 정당에선 전례가 없는 일이다.
한 전 대표 제명은 윤리위가 ‘당대표 모독’ 논리로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을 권유할 때 예견됐다. 지도부 뜻대로 한동훈 세력 쳐내기는 성공했지만, 당은 ‘윤 어게인’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세력의 독무대로 변질됐다. 국민의힘이 장 대표의 ‘극우 사당’으로 전락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사당화를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선 당심’ 운운에서 보듯 정치적 야심을 채울 공간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김 전 최고위원 징계 당시 윤리위가 근거로 삼은 당 윤리규칙 6조 1항은 ‘당직자는 개인 이익보다는 당 이익을, 당 이익보다는 국가의 이익을 우선하며…’라고 규정하고 있다. 부정선거 음모론이나 ‘계엄은 계몽령’식 주장은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국가 위상과 이익을 심대하게 손상한다. 그런 주장에 동조할 국민은 거의 없다. 이런 세력을 당의 구심처럼 받들며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으니 오히려 해당 행위로 징계받아야 할 대상은 장동혁 지도부라 해도 이상하지 않다.
위헌적 내란에 반대하고 윤석열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마저 쳐내면서 국민의힘은 온전히 ‘내란 옹호당’이 되었다. 이런 판에 ‘건국’과 ‘산업화’를 부각하는 퇴행적 당 강령 개정도 추진한다고 한다. 장동혁 지도부 행태를 보면 놀랄 일도 아니지만 이런 당에 미래가 없다는 건 분명하다.
한 전 대표는 이제 당 밖에서 정치적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당대표로 윤석열 부부를 제어하려 하는 등 건강한 보수의 일면을 보인 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 법무부 장관으로 검찰 정치의 판을 놓은 그늘도 짙다. 대결 정치를 심화시킨 책임도 있다. 이런 일들이 그가 말하는 ‘좋은 정치’에 부합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치인 한동훈이 미숙함을 성찰하고 환골탈태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