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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립기금 1500조원 시대의 국민연금이라면

입력 2026.01.29 20:12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적립기금 1500조원 시대의 국민연금이라면

작년 이맘때만 해도 상상 못했던 코스피 5000이 실현됐다. 그 덕에 자산이 크게 불어서 희희낙락인 사람들이 제법 될 것 같다. 개인 자산은 아니지만, 덕분에 국민연금 기금이 크게 늘었다는 것 역시 재정학자로서 국민으로서 무척이나 기쁘다.

지난 한 해의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은 20%에 달해서 역대 최고를 달성했다. 그 결과 기금 적립금은 1년 전보다 250조원 이상 불어나 1500조원이 되었다. 20%의 수익률은 통상 국민연금과 비교되는 다른 나라의 공적연금 기금, 이를테면 일본, 노르웨이, 캐나다 등과 비교해도 단연 1등이다. 국민연금 기금은 국내외 주식(해외 37%, 국내 15%)에 절반 이상을 투자하며, 나머지는 국내외 채권과 대체투자 등에 배분된다. 나머지의 수익률은 저조했지만, 해외주식 성과는 양호했으며 무엇보다 국내주식 투자가 대박 난 덕에 역대 최고 수익률을 달성했다.

국민연금기금의 높은 수익률 덕분에 기금고갈 시점이 상당히 늦춰졌다. 원래는 2060년대 중반이면 소진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때쯤이면 슈퍼 울트라 초고령 사회라서, 기금고갈 이후 수급자에게 연금을 지급하려면 보험료율이 30%까지 높아져야 하는데 이건 가입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게다가 소진 이전인 2040년대 후반부터 기금이 빠르게 감소하는데, 그러면 큰손의 퇴장으로 국내주식과 채권시장은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연금재정 전문가들은 작년의 모수 개혁만으로는 부족하니 연금재정 안정화를 위해 국고 투입 등의 추가 조치를 시행하라고 주장했다. 대표적으로는 신구 연금을 분리하자는 KDI안이 그랬고 다수 여권 인사들이 지지한 ‘3115안’도 그랬다.

장기적 재정안정 목표 공식화 필요

필자도 그런 전문가 중 한 명이었다. 속으로는 모수 개혁을 하자마자 또 재원 부담을 늘리는 추가 조치를 하는 게 정치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데 낙심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 목표 수익률의 4배에 달하는 실적을 거둔 덕에 기금 소진·적자 전환 시점이 상당히 뒤로 미뤄진 것이다.

물론 기금 소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간을 벌었다. 그래서 시급하게 추가 조치를 해야 할 상황은 면했다. 천만다행이다. 하루빨리 추가 조치하라고 목소리 높인 입장에서는 뻘쭘하게 되었지만, 그게 무슨 대수이겠는가. 1년 뒤 상황도 예측 못하면서 무슨 전문가냐고 비아냥거려도 어쩔 수 없다. 원래 전문가는 낙관보다는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대비하는 법이라고 항변하자. 그리고 꿋꿋하게 바뀐 상황에서 필요한 제언을 계속해야겠다.

첫 번째 제언은 이제는 장기적인 재정안정 목표를 공식화하자는 것이다. 국민연금법 4조1항은 “급여 수준과 연금보험료는 국민연금 재정이 장기적으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정되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장기’는 몇년이고 ‘균형 유지’ 수준은 무엇일까. 통상 연금제도에서 장기는 적어도 신규 가입자가 수급을 마칠 때까지의 기간을 의미한다. 20세 신규 가입자가 90세까지 수급한다면 70년 이상이 된다. ‘균형 유지’는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한 수준, 즉 적립금을 여유 있게 비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연금과 유사한 체계인 캐나다 공적연금(Canada Pension Plan)은 70년 후에 5~6년 치 급여지급분 적립을 목표로 한다.

우리처럼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사회에서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려면, 장기 재정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는 것이 필수다. 기존에는 30여년 뒤에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에 장기 재정목표를 명시적으로 설정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그러니 장기 재정목표를 명시하고 이를 달성하겠노라고 당당히 내세울 때가 되었다. 이는 국민연금 지급보장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두 번째 제언은 기금운용 절차를 가다듬고 투명하게 운영하자는 것이다. 이번의 고수익 경험은 기금운용을 잘하는 게 국민연금 지속 가능성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똑똑히 보여준다. 기금운용이 잘되려면 기금운용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절차는 갖춰져 있다. 문제는 취지대로 운용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운용 절차 전문성·독립성 보장해야

얼마 전 연금공단 이사장은 국민연금 기금을 청년 공공주택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청년 공공주택 확대 자체는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는 정부 정책목표가 되어야지 기금운용 목표로는 적절하지 않다. 국민연금 초창기에는 적립금 절반 정도를 정부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자금으로 배정했다. 낮은 수익률과 불투명한 관리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왜 국민의 노후 자금을 정부가 맘대로 가져다 쓰냐는 비판이 비등하면서 폐지되었다.

향후 공공주택에 투자하더라도 규모는 전체 적립금 중 작은 부분이 될 것이다. 투명하게 관리될 것이고 일정한 수익률도 보장할 것이다. 사적연금과 달리 국민연금은 공공성도 중요하다. 그러니 공공주택 투자를 고려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이런 결정은 이사장의 의지나 정부의 요구가 아닌, 투명하게 이뤄지는 절차를 따라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된 환율 방어나 국내외 주식 비중 조정도 마찬가지다.

기금을 어디에 얼마나 투자할지는 기금운용위원회라는 데서 결정한다. 전문성과 독립성 보장을 위함이다. 그런데 위원의 다수는 정부 부처 혹은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기관 소속이라 사실상 정부 입김을 벗어나기 어렵다. 위원회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결정하더라도 전문성에 따른 독립적인 결정을 할 수 없다면 취지를 살린 게 아니다. 이런 식의 의사결정이 반복되면, 당장은 괜찮아 보여도 결국에는 기금운용이 왜곡되며 수익률은 낮아진다.

기금운용에서 정부 정책 방향을 고려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기금운용위원회에 의사결정을 맡긴 취지에는 충실해야 한다. 기금운용위원회가 무엇을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 주요 안건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판과 토론을 활성화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것. 적립금 1500조원 시대에 걸맞은 기금운용이 갖춰야 할 기본 장치이다.

사족: 국민연금 수익률은 20%가 넘는데, 왜 내 퇴직연금 수익률은 5%에도 못 미칠까.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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